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정석 Dec 02. 2021

인생 짧다.

서른 살의 십이월 

그제 공군 장교로서의 복무를 끝마치고, 요즘은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선배들을 만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어제, 대학 선배를 만나며 들었던 이야기가 하나 있다. 그 생각이 요즘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 


"형, 저는 요즘 최대 고민이 '어떻게 하면 예순이 되었을 때, 지금의 서른 살을 되돌아보며 후회하지 않을까?'예요. 인생이 정말 짧은 것 같은데 고민은 계속 쌓이기만 하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 가버리네요." 


"맞아. 인생 참 짧아. 백세 시대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평생 같은 에너지로 전력질주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우리가 전력으로 일할 수 있는 나이가 예순까지라고 보수적으로 잡으면, 너는 이제 삼십 년 남은 거야. 그런데 사실, 그 삼십 년도 가득 찬 삼십 년이 아니다? 그 기간에서 잠자는 시간과 대충 흘려보내는 시간이 반 정도 차지할 텐데, 그러면 너한테는 이제 십오 년 정도 남았다고 보면 되겠네."    


새삼, 어른들의 말이 하나 틀린 것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인생 짧다."


이 말이 그저 어르신들이 인생을 되돌아보며 추상적으로 하는 말인 줄만 알았는데, 선배의 말을 듣고 보니 그냥 인생은 정말 '수치'적으로도 짧은 거였다. 그러니까, 그냥 '인생 짧다.'


등골이 오싹해진다. 마음은 갑자기 이전보다 더 조급해진다.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할 일도 많은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찬다. 그 생각으로 멍을 때리고 있는 나를 의식했는지 하지 못했는지, 선배는 차분히 다음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방향성이 중요해. 네가 창업을 하든 취업을 하든 그 결정에 앞서 정말 중요한 것은 결국 네 방향성이야. 조급하기만 해서는 안돼. 적어도 네가 전력질주를 하려면, 그 방향이 제대로 잡혀야지. 그냥 아무 방향으로 마음 가는 데로 무턱대고 달리기에는 인생 정말 짧다. 도착하고 보니 전혀 내가 원하지 않았던 곳이라면, 그것만큼 후회되는 일이 어디 있겠어?"


마침 4년 간의 장교 생활을 마무리하고, 그 이후의 인생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나에게 참 시의적절한 말이었다. 게다가 최근, 서른 살 초에 세웠던 삼십 대의 십 년 계획을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삐끗해버리는 바람에 잔뜩 김이 새버린 내 마음을 자극시키는 말이기도 했다. 


그 후로 내가 시킨 레몬유자캐모마일 차를 코로 마셨는지 입으로 마셨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선배를 잘 배웅하고 난 뒤 내 머릿속에 남은 것은 딱 두 가지였다. 


'인생 짧다.' 
'방향성이 중요해.'  
매거진의 이전글 만약이라는 가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