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이라는 가정(假定),
만약에 그때 그랬다면,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이 만약이라는 단어는 일상 속에서 참 많이 쓰는 단어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이 '만약'이라는 가정이 그 단어를 수식(修飾)하는 시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먼저, 과거의 시점에서의 만약이라는 질문은 '후회'에 가까울 수 있다.
만약에 내가 그때 그랬다면,
이미 되돌리기에는 늦은 지나가버린 시간 앞에서, 조금이나마 나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한 생각에서인지,
아니면 그 상황을 돌아보기 아쉬운 마음에 드는 자연스러운 생각에서인지,
그 시절의 상황을 머릿속에서나마 다르게 상상해본다.
보다 나은 선택을 했을 때의 나를 그려본다.
그리고 이내 그러지 못했음에 후회한다.
후회는 이내 감정의 소모로 이어진다.
물론 이 후회가 주는 감정은 중요하다.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는 의지의 시작점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과거라는 가정 속에서의 만약은 '바뀔 여지'가 없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 시간 속에서의 만약은 이미 죽은 단어다.
그 단어는 현재의 감정을 소모할 뿐, 아무런 변화의 가능성이 없는 소모된 단어일 뿐이다.
그러나 이 사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그 죽은 단어에 빠져 감정의 가라앉음을 경험한다.
미래의 시점에서의 만약이라는 질문은 단어 그 자체만 놓고 보자면 다소 '추상'에 가까울 수 있다.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그러나 추상이라는 단어가 주는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서의 만약은 과거의 만약과는 그 느낌이 조금 다르다.
그 추상에 나의 의지만 조금 더 덧붙일 수 있다면,
미래 속에서의 만약은 살아 있는 단어가 된다.
과거의 가정 속에서의 만약과는 다르게 미래라는 가정 속에서의 만약은 '바뀔 여지'가 있다.
내 의지에 따라 그 시간 속에서의 만약은 가능성의 단어가 될 수 있다.
이 말을 조금 다르게 표현하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미래라는 시점 속에서의 '만약'은
현재를 교정할 수 있는 의지가 있다는 전제 속에서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만약에 내가 그렇게 된다면, 이라는 문장 속에서
'~을 준비해서'라는 어구를 넣어
만약에 내가 '~을 준비해서' 그렇게 된다면 이라는 문장으로 바꾸면
이제 이 문장은 추상을 벗어나 하나의 계획이 된다.
이 문장을 만들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가정'이다.
'~을 준비해서'라는 어구만으로는 이 문장은 애초에 시작될 수 없다.
'만약에 내가 그렇게 된다면'이라는 머릿속에서의 상상이 먼저다.
그 추상이 나의 계획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나는 이미 지나가버려 내 의지로는 바꿀 수 없는 과거라는 시간 속에서의 만약은 재미가 없다.
그냥 흥미가 생기질 않는다. 그저 그 단어를 생각하며 함께 떠오르는 후회라는 감정이 주는
센치함이 매력적일 뿐이다. 그러나, 그 감정에 속아 내 현재를 방치하고 싶지는 않다.
결국, 나는 미래 속에서의 만약이라는 단어가 좋다.
나의 의지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변동 가능성이 좋다.
비록 그 단어에 나의 노력이라는 행동과 의지가 반영돼야 한다는 수고로움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단어가 주는 변화라는 매력이 나를 설레게 한다.
당신도 그 설렘을, 만약이라는 가정의 단어로 마주 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