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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 곰 Apr 17. 2022

기다린 보람도 없이

불쑥 찾아온 너에게





긴 겨울 내내 그토록 기다린 봄이었건만 벚꽃 구경은 딱 하루였다. 다음 날 비가 내린 탓에 땅에 달라 붙은 벚꽃을 보자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갑자기 피어버린 벚꽃에 흥분했다가 피곤함에 며칠 미룬 꽃구경이 마지막이 되었기 때문이다. 봄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데 나만 빛을 잃어가는 것 같다. 봄볕에 기분이 좋다가도 이내 기분이 툭 떨어진다. 봄에는 산책도 길게 하고 자전거도 자주 탔던 난데, 이번에는 어느 것 하나 즐기지 못하고 그럴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그저 무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며 차라리 빨리 여름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레온 비추코프스키_창문



실로 오랜만에 마주하는 내 안의 어두운 모습. 왜 하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봄날에 왔는지 물어본다. 대답을 들으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을 알지만 그래도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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