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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 곰 Jul 13. 2022

너도 언젠가는  

이무진의 <신호등>을 불렀던 네가 그리워지겠지 




어제 딸과 저녁을 먹다가 랜덤으로 틀어둔 플레이리스트에서 투투의 <일과 이분의 일>이 흘러나왔다. 


"딸, 지금 흘러나오는 노래가 엄마가 초등학교 때 엄청 좋아했던 노래야." 

딸은 수저를 놓고 잠시 노래에 귀 기울이더니 

"그럼 내가 <신호등>이랑 <회전목마>를 따라 부르는 것처럼 엄마도 저 노래를 따라 불렀어?"

"당연하지, 용돈을 모아 최신가요 테이프를 사서 이 노래만 계속 들었어.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계속 계속. 너무 많이 들어서 따라 불러야겠다고 입을 떼자마자 가사가 술술 나올 정도였다니까." 


나는 밥을 먹다 말고 천진난만하게 황혜영의 춤을 추면서 아이에게 초등학생 때의 내 모습을 보여주었다. 내 춤을 본 딸은 살짝 놀라는 눈치였으나 덩달아 수저를 놓고 금세 반쪽춤을 따라하며 빨갛게 빨갛게 웃어댔다.

딸이 나중에 나처럼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초등학생이 됐을 때, 어느 날 스피커에서 이무진의 <신호등>이 나오면 나와 같은 이야기를 하게 되겠지 아마도. 


딸을 재우고 방에 들어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90년대 음악이 듣고 싶어졌다. 초등학생이었음에도 좋은 노래가 귀에 들어와 가슴으로 스며들었던 그때 나의 작은 방, 그 방에서 나는 삶을 견뎌낼 자양분을 많이 흡수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사무치게 그립고 아련하게 다가오는 시절로 기억된다. 좋았던 시절은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이렇게 노래 한 곡에도 금방 소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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