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안정된 생활을 하며 만족하고 살고 있지만, 문득 오래전에 알고 지냈던 사람들이 너의 꿈은 여전하냐고 물을 때 나의 무탈한 삶은 잠시 흔들린다. 잔잔했던 물결에 큰 파장이 일고 먹구름이 몰려올 것 같은 스산함에 몸이 떨린다.
나의 재능은 불안과 게으름을 이기지 못하고 어느 시점에서 불꽃이 꺼지듯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내가 잊은 그 꿈을 기억하는 그 사람들은 아직도 궁금해한다. 아직도 그 일을 하는지, 재능이라 믿었던 그 능력으로 인정받으며 살고 있는지를 말이다. 애석하게도 나는 그런 안부를 들을 때마다 말을 잃은 사람처럼 눈만 껌뻑인다. 그리고 한 며칠 남모르게 아파하다 차가운 물로 박박 세수를 하고 다시 나의 무탈한 일상으로 입장한다.
한번뿐인 인생에 자신의 꿈을 이루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지만 정말 그런 사람들은 존재하고, 가까이서 그런 소식이 들려오면 나는 지난날을 후회하기도 한다. 좀 더 버텨볼 걸, 나를 믿어볼 걸, 왜 그렇게 쉽게 포기했을까. 나도 아주 잠깐의 시간 동안 그런 행운을 누렸지만 오래가지는 않았다. 딱 그 정도가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재능이자 인생의 단 한 번뿐인 불꽃이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내가 불행한가 생각해보면 그건 아니고, 그 어느 때보다 나답게 살아가고 있다. 다만 나는 너무 사랑했던 직업을 포기하고 애도하는 시간이 남보다 길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릴 뿐이다.
정말이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