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도서관 수업 후기
B 도서관의 에세이 수업은 매너가 좋은 수강생들 덕분에 편안히 진행할 수 있었다. 특히 육아휴직 중인 교사 E님과 해양경찰서 구급 대원 J님이 기억에 남는다. 두 분 다 육아휴직 중이고 전문직 여성에 비슷한 나이의 자녀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이 수업이 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잡아준 건 확실하다. 그래서 중간에 수업 내용을 수강생들의 현 상황에 맞게 수정하는 시간이 오히려 즐겁게 느껴졌다.
E님은 마지막 수업을 제외하고는 올 출석이었고, J님은 자격증 준비와 갑작스러운 복직에 몇 번의 결석이 있었다. 그래도 두 분 다 마지막 숙제인 '수업 감상문'을 정성껏 써서 제출해 주셨다. 아이 키우느라 피곤하고 복직해서 정신이 없을 법도 한데 A4 1장을 꽉 채운 글을 쓰신 거다. 그동안 어떤 회차가 좋았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다는 내용을 읽으면서 나는 어쩌면 쓰는 사람보다 가르치는 사람으로 사는 게 더 보람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해진 회차가 끝나면 함께했던 수강생들은 각자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나는 그들의 안부가 궁금하지만 이 일의 특성상 강사가 먼저 나서지 않으면 수강생들은 서로 모일 핑계가 없어진다. 그럴 때마다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느낀다. 그러나 나는 그런 모임을 계속 이끌어나갈 정도로 리더십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개인의 시간을 중요시하고 횡단보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손을 들어 안부 인사를 건네는 게 더 편한 사람인 걸.
운이 좋게도 지금까지 수업을 진행하면서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마음이 따뜻하고 매너가 좋은 수강생들을 만났다. 그들이 지금까지도 일상을 기록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아픔은 조금 흐려졌는지, 가고자 했던 여행지는 다녀왔는지 궁금한 게 많다. 수업을 하면 할수록 수강생들과의 인연은 많아질 텐데 나는 이 인연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내 방식대로 단정하게 포장해서 볕이 잘 드는 곳에 두고 올지, 아니면 힘에 부치더라도 커뮤니티를 만들어 서로 글동무가 되는 물길을 터 줄지 말이다.
일단, 만나게 될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결국 만난다는 인연법을 곱씹으며 나는 나대로 잘 살아볼 생각이다.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