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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뭍톰 Oct 06. 2022

오려내어도 될 불쾌한 관계들

글을 쓰는 또 다른 목적

 때로는 글을 쓰는 것이 무엇인가를 남기기보단 마음속에 쌓인 노폐물을 분출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오늘은 내 마음속 깊이 묵혀둔 이야기를 꺼내볼까 한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직장생활을 했던 곳에서 친해진 한 살 터울 동료가 있었다.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말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녀를 보 해당 지역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생겼고 앞으로 내 인생에서 '그쪽' 출신 사람들과는 자연스레 거리를 두며 인생을 살아갈 것 같다. 일반화는 위험하나 대체적으로 겪은 경험 DB가 같다면 어쩌면 피하는 것도 상책이리라.

아무튼 그녀와 나는 꽤나 친했다. 아침마다 함께 커피를 마시러 나가기도, 회사에서 일어나는 각종 소식을 공유하고, 술자리도 자주 했었다. 그녀는 한마디로 말을 만들고 말을 뿌리는 사람이었다. 나는 절로 입조심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 사람의 편승된 의견에 합류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쓸 수 밖엔 없었다. 적을 두면 위험한 사람으로 순식간에 변심할 부류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관계가 틀어지게 되었다. 그 시작은 내 건강상의 이유였다. 갑자기 수술을 해야 할 정도로 건강상태가 나빴는데 그녀는 본인의 해외여행을 함께 하기로 했던 내가 마치 장애물인 것 마냥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데만 급급했다. 일말의 걱정스러운 말 한마디조차 없었다. 나는 그것이 서운했고 이를 솔직하게 표현했다. 헌데 그녀는 본인을 그렇게 생각 내가 이상하다며 오히려 화를 내며 관계를 끊어버렸다. 말을 잃었다. 두 달 후 회복하고 복귀한 첫날, 반가움에 내민 나의 손도 단칼에 거절했다. (물리적으로 정말 외면해 꽤나 당황했다) 그저 위로의 한마디 정도는 주고받아야 할 사이라 생각했음에 표현을 했지만 그녀에게 나는 수단이자 방법이었을 뿐이었나 보다. 본인의 명예욕과 관계욕을 채우기 위한 번지르르한 하나의 도구였을 뿐이었다.


작은 회사에서 인간관계는 그녀가 빠질 수 없었기에 나와 얽힌 모든 관계들이 서서 무너지고 망가져 갔다. 그들에게 특별한 연대필요 없었다. 한 명을 바보로 만들기는 무리에게 껌 씹기 정도의 쉬운 일이었다. 뻔한 이간질이 덧붙여진 사실들은 내 주변의 이들을 빼앗아갔고 그렇게 그곳에서 나는 외롭게 혼자가 되어갔다.

내가 촉발시킨 일이니 그대로 수용했다. 사실에 덧붙여진 그 지저분한 것들이 무엇이건 나는 그 사실만을 알고 있는 유일한 1인이었다. 뭐라 변명해봤자 소용없었다. 하지만 상대의 무례한 반응을 그대로 삼키기엔 그 책임이 컸다. 나는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갔다.


꽤나 힘든 시간들이 흐르고 나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즐겁게 직장생활을 하며 지내고 있다. 그런데도 종종 그 순간의 감정과 기억들이 불쑥 나를 찾아온다.  이 너저분한 감정과 불쾌함을 어떻게든 정리하고픈 마음이 아직도 크다. 아마 평생 사라지지 않겠지. 소각장에 불태워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게 만들고픈 기억들이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 마저도 나를 이루는 기억의 조각인 것을. 경험은 나를 이루는 또 다른 나아감으로 만든다. 사람을 가려내고 건강한 거리감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을 줬다.


그러니 이쯤 하면 됐다. 탁탁 묵은 먼지처럼 털어버리고 현재의 나에 집중하고 행복감에 충만함을 느끼며 살아가자. 지금 이대로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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