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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 Sep 26. 2015

사라지기 전에 가봐야 할 곳

싸하라 데 라 시에라(Zahara de la sierra)

 커다란 호수로 둘러 쌓여 있어서 마치 섬처럼 보이는 'Zahara de la sierra(싸하라 데 라 시에라)'. 하얀 집들로 둘러싸인 언덕 위엔 오래된 성터가 있다. 허름한 성터 꼭대기에 올라가 바라 본 호수와 그 근방의 모습은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 얘기하던 '대지의 위대함'이라는 단어를 온 몸으로 마주한 듯 한 기분이 들게 했다.

 호수에서 성터 꼭대기까지 밀려 올라와 얼굴에 닿는 상쾌한 바람에 가슴이 울렁였다. 모든 감동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죽기 전에 꼭 다시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


성 꼭대기에서 바라 본 전경
평화롭다
아름다운 경치 만큼이나 상쾌한 바람이 내 얼굴에 닿아 두 볼과 가슴을 간질였다.
돌아 오는 길, 반대쪽에서 바라 본 모습


 '싸하라 데 라 시에라'에는 버스가 다니지 않는다. 그래서 자가용을 이용해야만 갈 수 있다. 그리 유명하지도, 외부 관광객이 많지도 않은 이 곳을 방문하게 된 계기는 어느 날 우연히 인터넷에서 본 이다 . '사라지기 전에 가봐야 할 곳들'이라는 글에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Zahara de la sierra'가 있었다. 이왕 스페인에 온 김에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기대했던  보다 훨씬 좋았다. 주민이라곤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전부인 그냥 조용한 마을이었지만, 나를 잡아끌고 끌어안는 무언가가 있었다.  


 스페인 안달루시아에는 이런 마을들이 많은데. 이런 마을이란, 산에 듬성듬성 성이나 교회를 끼고 형성된 하얀마을이다. 오래전에 스페인에 내전이 있었을 때, 사람들이 내전을 피해 산에 올라와 마을을 이루고 살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한다. 그때는 식량이 너무 없어서 동네에 고양이가 하나도 없을 정도였다고... 으..  


산 꼭대기 하얀 마을, 가우씬


 '싸하라 데 라 시에라'와의 인연은 런던에서도 이어졌다.

런던의 한 미술관에서 작품들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많은 작품들 중에 느낌이 좋아 눈에 자꾸 밟히는 한 작품이 있었다. 그래서 가까이가 작품 옆의 설명을 보니, 한 화가가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싸하라 데 라 시에라'에서 그린 작품이라는 것이다.

 깜짝 놀라서 사진첩을 뒤져보니, 그림과 똑같은 사진을 내가 가지고 있었다. 이 사진은 '싸하라 데 라 시에라'에 도착해서 처음 찍은 사진이었다. 처음 듣는 화가가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서 나와 같은 감명을 받았으리라는 생각에 신기하고 기분이 오묘했다.

 너무나 신기하고 기막힌 우연에 혼자 감격해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던 기억이 난다.


Zahara
영국에서 스페인을 만났다!!! 스페인에 온지 백일째 날, zahara de la sierra로 여행을 갔다가 그림같은 풍경들을 사진으로는 다 담아낼 수 없어서 너무 아쉬웠는데 누군가는 또 이런 느낌을 받았나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에서 똑같이 감동을 받았을 생각을 하니 신기하고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같은 곳, 서로 다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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