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마케터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2021년은 퍼포먼스 마케터에게 커리어의 전환을 심각하게 고려한 한 해였다. 정확하게는 2021년 4월 26일
애플이 iOS 14.5를 들고 나오면서, 개인 정보를 통한 광고활동 추적을 제한하기 시작하였다.
앱이 사용자의 활동을 추적 요청에 대한 선택 버튼이 앱 런치 이후 반드시 팝업을 노출되어야 하였고, 마케터는 울며 겨자 먹기로, 4월 26일 이후로 개발자에게 신규 앱 업데이트 Release에 해당 팝업이 뜰 수 있도록 SDK (Standard Development Kit) 가이드를 줄 수밖에 없었다. iOS (아이폰/아이패드) 유저들은 애플의 충성된 가이드 속에서 빠르게 앱을 iOS 14.5로 업데이트하였고, 그 이후로 고객들은 아래 팝업을 보고 "앱에 추적 금지 요청" 버튼을 누르곤 하였다.
마케터인 나 조차도 개인정보를 추적할 수 있도록 "허용"을 손쉽게 해 주기는 어려웠다. 허용을 할 경우 수많은 타겟팅이 되어서 원하던 원치 않던 많은 광고가 나를 귀찮게(?) 따라다녔고, 때로는 광고를 클릭하고 앱을 다운로드하거나 구매를 하는 행동을 할 경우 더욱더 집요하게 내 정보를 이용하는 것 같았다. 그중에서 당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포함)으로 불리던 메타 (META)에게는 타격이 어마어마해서, 지금의 META 주식하락의 50% 이상의 지분은 애플의 영향으로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메타의 주식 가격은 애플의 iOS 14.5 릴리즈가 있었던 2021년을 잘 이겨내는 듯했으나, 2022년에 금리 인상과 여러 변수들로 인해서 급락이 시작되었다. 300달러를 오락가락하던 2월과 비교해서 12월에는 100달러까지 1/3 토막이 나는 문제가 발생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VR에 과도한 집중을 하고, 방향성을 잃은 기차처럼 정처 없이 2022년을 보내고 있다.
암튼 퍼포먼스 마케터에게 가장 중요한 플랫폼인 Apple iOS와 광고 채널인 META의 데이터 부조화가 발생하여서 광고 효과를 직접적으로 추적하기 어렵기 시작했고, Google에서도 유사한 정책으로 2022년에 본격적으로 앱추적에 관련한 정책을 변경하여 유저의 프라이버시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현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히 스타트업에서) 마케터가 맞이하게 된 문제는 무엇이었을지 회고해 보자.
첫 번째로, 그동안 퍼포먼스 마케터는 회사의 주요 마케팅 예산을 빠르게 테스트하면서 퍼널별 유저의 행동에 영향을 주던 마케터였다. 스타트업에 있는 대부분의 퍼포먼스 마케터는 퍼널 중에서도 상위 단계인 Upper Funnel에 초점을 두어서 유저를 획득 (Acquisition)하는 것에 과도하게 초점을 두고는 했다. 즉 앱 다운로드와 회원가입을 중심으로 마케팅이 치열하게 진행되었고, 주요 마케팅 채널인 구글, 애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 틱톡을 비롯하여 보상형 광고 채널, 배너 광고, 버티컬 미디어 등 수많은 돈 넣고 유저 얻는 채널에서 많은 마케팅 돈을 쏟아부었다.
스타트업에 있는 대부분의 마케터는 퍼포먼스 마케팅을 진행하였고 수억 원 이상의 마케팅비를 집행하는 것치고는 주니어 마케터가 디지털 채널에 의존해서 운영을 많이 했다.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 또 다른 광고 플랫폼 채널 (구글, 애플, 메타, 네이버, 카카오 등)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상이 문제였다고 보인다.
회사에 투자받은 많은 펀딩을 빠르게 투자해서 유저를 획득하던 방식은 2019년까지 운 좋게 먹히던 방식이었다. 특이하게도 과거 지표를 보면 2015년~2019년 지표는 유저를 획득하는 과정에 CPI (Cost Per Install) 또는 CPA (Cost Per Acquition)이 거의 모든 채널에서 상당히 낮았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2019년 12월에 독일의 딜리버리 히어로가 유저 확보 전쟁에서 백기를 들고, 배민을 4.9조에 인수하겠다는 기사가 있었는데 그때가 어쩌면 마케팅으로서 승부를 볼 수 있었던 마지막해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암튼 2020년부터 퍼포먼스 마케팅은 마케팅 예산을 소진하고, 퍼포먼스가 과거에 비해 해락하는 Cost Center로서의 포지션을 변경하게 되었다.
두 번째로, 2020년부터 마케팅의 중심이 Mid Funnel로 이동하게 되면서, 회사가 그동안 보유한 유저의 정보를 바탕으로 한 CRM 마케팅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다. 이때 퍼포먼스 마케터에서 일부는 CRM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고, 돈을 펑펑 쓰며 규모의 경제를 이끌어오던 퍼포먼스 마케팅 대신에, 유저 데이터를 분석하고 Segment를 나누고, Targeting에 대한 메시지를 직접 만들고 설계하는 CRM 마케터가 중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도 생각보다 비싼 CRM 솔루션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부딧힌다. 일일이 캠페인을 세팅하고 분석하기는 어렵기에 자동화되고 시나리오에 맞도록 운영할 수 있는 값비싼 CRM 툴을 다시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퍼포먼스 마케팅이 유저에게 총알을 날려서 획득을 한다면, CRM은 내가 알거나 살짝 아는 정보를 유저의 정보를 바탕으로 열추적 미사일을 날리면서 타케팅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부분이 마케팅 효율을 올리기에 현재는 퍼포먼스 마케터가 CRM 마케터나 콘텐츠 마케터 등으로 직무전환을 하고 있는 현황이다.
결국 퍼포먼스 마케터가 투자 대비 소득이 있어야 하는 Return on Investment (ROI) 또는 Return on Ad Spend (ROAS)를 고려하는 부분이 중요했으나, 지난 5년간은 User acquisition을 주요 KPI로 삼는 바람에 정확한 퍼포먼스 체크를 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AARRR 퍼널에서 가장 상위 Upper Funnel에 집중하고 Lower Funnel로 이어지는 부분을 대부분의 마케터는 회피(?)했다고 볼 수 있다.
ROAS 측정 회피는 사실 마케팅 경험이 풍부한 마케터라면 다 아는 사실이지만, 주로 스타트업의 경쟁과 트렌드의 변화 속에서 MAU (Monthly Active User) 증대에만 초점을 두어서 사실상 알면서 눈길을 주지 않은 결과로 볼 수 있다.
더불어서 주요 마케팅 채널 (구글, 메타, 네이버, 애플 등)에서도 마케터의 가이드로 Full Funnel을 고려해서 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 (App Install, App Launch, Sign-up 등)의 상위 퍼널에 집중했다. 이는 퍼포먼스 마케팅의 책무를 사실상 방관했다고 볼 수 있고, 결국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로 넘어가겠다.
이러한 부분은 마케팅에서 종사하는 리더들이 1차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지난 5년간 마케팅으로 승부를 보면 된다는 자만심과 안일함으로 지냈던 모든 경영진의 방관도 원인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튼 퍼포먼스 마케팅은 때아닌 종말을 맞이했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효과적인 채널이나 마케팅 기법이 나온다면 다시 퍼포먼스 마케팅이 부활할 수 있겠지만, 이제는 단일 마케팅으로 성공사례를 만들고자 하는 순진한 접근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자마라"라는 말처럼 마케팅 예산도 퍼포먼스 마케팅을 포함해서 다양한 곳에 분산 투자를 통해서 성과를 측정하고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 2023년 이후부터 추천하는 마케팅 채널이나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이어서 서술해보고자 한다.
- 링크: 2023년에 추천하는 마케팅 전략과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