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시간이나 69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급휴가 일수의 증대이다.
2023년 3월 현재 한국에서 노동시간 주 52시간 근무상한제 개정을 위해서 여러 논의가 오가고 있다. 최대 69시간으로 개정하려다가 철퇴를 맞고 재검토 중이다. 하지만 근무시간에 앞서서 유급휴가 개정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미국에서 일하다가 한국에 오니 가장 적응하기 힘든 사항이 바로 아주 적은 유급휴가 일수이다. 한국에 회사에 오게 되면 생각보다 적은 유급휴가로 인해서 1년의 시간이 상당히 길게 느껴진다. 이에 대한 근로기준법은 다음과 같다.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 사용자는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일명 기본휴가). 제2항. 다만, 계속하여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또는 1년간 80퍼센트 미만 출근한 근로자에게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2018년 5월 29일부터는 1년 미만 입사자에게 부여되는 연차휴가가 변경된다. 1년 미만 입사자는 한 달 동안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부여받을 수 있고(기존과 동일), 만 1년이 되었을 때 15일에서 차감하지 않는다(변경). 따라서 1년 미만 입사자는 최대 11일의 연차유급휴가를 더 부여받을 수 있다.
연차는 3년 차에 1일이 추가되고, 그다음 매 2년 1일씩 늘어난다. 최대 연차 발생 휴가일수는 25일이다.
연차휴가 정확하게 유급휴가는 1년을 계속 근로한 근로자가 근로기준법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받게 되는 유급휴가이다. 바로 이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지 않고는 대한민국의 워라밸을 수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2021년 데이터 기준으로 전 세계 OECD 국가 중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2019년까지 멕시코와 1-2위를 다투던 시기에 비해서는 상당히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진정한 선진국에 비해서는 상당히 많은 시간을 아직도 노동시간에 보내고 있다. 이는 제조업 특성으로 볼 수 있지만, 사실 적게 부여된 연차일수에서 파생되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직원이 회사에 입사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휴가는 1년에 최대 15일이다. 물론 중도에 입사를 하거나, 경력으로 이직을 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숫자는 15일 이하가 되게 된다. 이유는 1개월을 근무했을 시에 주는 1일 유급휴가 (예전에 말했던 월차 Monthly Paid Time Off) 개념이 적용되어서이다. 1년 이상을 일하면 월차는 사라지고, 향후 1년간 받을 수 있는 연차 (Yearly Paid Time Off)를 15일 보장받게 된다. 여기서 문제는 왜 15일이냐는 것이다.
미국에서 일한 경험으로는 대부분의 미국 회사들은 15일~20일 정도의 연차를 첫 입사 시에 제공한다. 회사에 입사 시점에 따라 날짜 기준으로 일할 계산 (Pro-rated)으로 적용하게 되어서, 연차를 보장받게 되는데 연말까지 남은 달 수에 3일에 더한 연차휴가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15일 연차를 제공하는 미국회사 기준으로는 2022년 6월 1일에 입사할 때 직원은 총 8.8일의 연차를 받을 수 있다. (20일 연차를 제공할 경우 총 11.7일을 받는다)
2022년 6월 1일 ~ 2022년 12월 31일 (총 214일)
214일 / 365일 = 0.586
0.586 x 15일 = 8.79일 ≒ 8.8일
0.586 x 20일 = 11.72일 ≒ 11.7일
영국의 경우 최소 5.6주 (28일)의 연차휴가를 매년 보장받는다. 9일의 공휴일 (Public Holidays)도 있다.
프랑스의 경우 최소 5주 (25일)의 연차휴가를 법적으로 보장받게 된다. 더 나아가 연차휴가는 근무연수의 증가에 따라서 90일 이상까지 늘어날 수 있다. 11일의 공휴일 (Public Holidays)도 있다.
독일의 경우 최소 4주 (20일)의 연차휴가를 보장받고, 직원이 5년 일하면 24일로 증가되고 25년 일하면 30일까지 늘어나게 된다. 9일의 공휴일 (Public Holidays)도 있다.
한국의 경우 최소 3주 (15일)의 연차휴가를 첫 해에 보장받는다. 15일의 공휴일 (Public Holidays)도 있다.
그런데, 한국은 1달을 근무해야 1일을 적립하게 되는 개념으로는 받을 수 있는 휴가는 총 7일로 다르다. 그러다 보니 중도에 입사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첫 해의 최대 휴일은 11일이 Max이다.
2022년 6월 1일 ~ 2022년 12월 31일 (총 7개월)
7개월 근무라서 7일 월차 적립이지만, 당월차는 사후 적립으로 1일 오차 있음
문제는 해당 연차를 사후 적립이기에 , 원하는 시점에 휴가를 사용하게 어려운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로 인해서 신입사원이나 경력사원의 경우 첫 해에 휴가를 보내는 것은 어렵고 먼저 입사한 사람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가 있다.
2023년 3월 1일 자로 새로운 회사에 입사를 한 직원이 있다면, 그 직원은 최대 10일의 유급휴가(3월~12월까지 10달)를 받는 것이 최대치이다. 문제는 5월에 휴가를 3일 사용할 경우, 그 직원은 다음 달에서 휴가를 가져오게 되어서 5월 말에는 휴가가 "-1일"이 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2023년 3월 1일 입사 (월차 0일)
2023년 4월 (월차 +1일, 총 1일)
2023년 5월 (월차 +1일, 5월 중에 3일 휴가 사용 시, 총 -1일)
2023년 6월 (월차 +1일, 총 0일)
이는 직원으로서 상당한 마이너스 요소가 되게 된다. 그 직원은 다시 휴가를 가기 위해서는 몇 달을 다시 일해서 월차 휴가를 축적하고 가던가 아니면, 미래에 있을 휴가를 가불 해서 적용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휴가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는데 연차 휴가 승인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상사가 승인을 안해주거나, 시스템에서 해당 휴가 승인이 불가능할 수 있다. 이는 미국에서 Prorate 일할 계산으로 한꺼번에 휴가를 주는 경우와 비교했을 때 크게 불편한 요소이다. 이는 신입뿐만 아니라 경력에게도 같은 형식으로 적용이 된다. (물론, 입사 첫 해에 받은 휴가를 미리 쓰고 퇴사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있지만, 이럴 경우 당월 급여에서 차감하면 된다.)
같은 회사에서 2년 이상 일할 경우, 그 직원의 휴가는 16일이 될 수 있다. 10년을 같은 회사에서 일할 경우 20일까지 연차 유급휴가가 증가한다. 문제는 그 직원이 이직할 경우 발생한다. 신입사원도 아니고 10년 차 경력사원으로 새로운 회사로 갔음에도 연차휴가는 15일로 줄어들게 된다. 실제로는 이직 당해에는 11일에서 15일 사이로 줄어들게 되어서, 회사에 있는 같은 포지션에 비해서 휴가 일수는 현저하게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이 부분은 고용자에게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적용되고, 이직하는 사람에게는 휴가에 대한 기회비용 상실로 이어진다. 특히, 이직을 자주 하거나 계약직 근로자 신입사원의 경우에는 이러한 문제를 피할 수가 없다. 더불어 유급휴가를 통해 받을 수 있는 금전적 혜택도 상실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미국에서는 중도에 이직을 하게 되었지만, 그 연차에 맞는 휴가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10년 차 직원이 이직을 할 경우, 한국처럼 다시 15일로 Reset 되어서 신입사원처럼 휴가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연차에 맞는 유급휴가를 제공한다. 기본 유급휴가가 15일이라면, 10년 차의 경우 +5일이 되어서 20일까지 받을 수 있다. 그로 인해서, 이직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게 되고 첫 해 휴가 일수에 대한 압박이 다가오지 않게 된다. 또한 25일이라는 연차일수의 제한도 없다. 1년에 30일 연차 휴가를 받는 경우도 많고, 유럽의 경우 최대 90일까지 연차를 보장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한 사항도 근로기준법과 사내 임직원 핸드북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회사나 교육기관에 따라서는 1년 근무 시 +1일 유급휴가를 제공하기 하고, 더 나아가 안식년 (Sabbatical Year) 제도를 통해서 부족한 직원의 유급휴가 제도를 확대하고 있다.
"안식년"이란 다음과 같다.
안식년은 유대인의 관습에서 나온 것으로 사람이 6일을 일하고, 1주일의 마지막날 (토요일)에 쉬면서 종교 활동을 한다. 또한 6년간 일한 노동자에게 7년째마다 1년의 휴가를 제공하고 빚 탕감 등을 통해서 휴지기를 주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외 대학에서는 이 제도를 받아들여서 6년 근무 시 1년 동안 안식년에 유급 휴가를 받게 되어서 자유롭게 여행, 연구, 휴식 등을 할 수 있다. 때로는 3년 근무 시 6개월 동안 안식년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근본적으로 노동시간에 대한 고민을 정부에서 많이 하고 있다. 52시간이든 69시간이든 필요에 따라서 기업에 투자를 할 경우는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서 지난 몇 십 년 동안 국룰(?)로 지켜진 연차 15일에 대한 개선이 먼저 개정되는 것이 더욱 중요해 보인다.
회사 차원에서도 아래와 같은 고민을 하면 좋겠다. 이는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이 중요시 여기는 부분이다.
기본 연차 15일에 대한 일자 증대를 제공, 무제한 연차 (Unlimited PTO)를 제공하기도 한다.
일할 계산을 통해서 중도 입사자 (신입, 경력)에 대해서 Pro-rated 휴가 계산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경력 입사자에게는 해당 연차에 맞는 유급휴가 일 수를 제공한다.
안식년 도입을 적극 도입해서 인재들의 번아웃과 퇴사, 휴직을 방지한다.
워케이션, 재택근무를 제공하여 워라밸을 개선한다.
징검다리 휴일의 경우 Paid Holiday를 제공한다.
여름과 겨울의 특정 기간에 회사 전체 차원의 방학을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