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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이야기 1 (대기업)

대기업 vs 외국계 vs 스타트업

인생에서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고민해야 하는 것 중에 가장 큰 고민은 아마 커리어 패스에 대한 고민이다. (사실 직장에 들어가서도 고민은 계속된다)


지난 10여 년 동안 여러 직장을 다녀보고, 많은 사람들과 일해보고, 다양한 프로젝트와 일을 처리(?)했던 경험을 하고 나니 조금은 커리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직장이라는 것은 흔히 말하는 대로 케바케 (Case by Case) 일 확률이 높고, 나의 상사나 동료가 누구인지, 그리고 직장의 현재 situation이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서 너무도 많은 변수가 있다.


하지만, 다 제쳐두고 딱 3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서 고민해보고자 한다.


1. 대기업

2. 외국계 기업

3. 스타트업


이렇게 크게 3가지로 나눈 이유는 내가 가고 싶은 회사가 3가지 중에 하나 일 것 같고, 중소기업이나 창업, 프리랜서 등은 다음 기회에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대기업 (Enterprise)

우선 대기업의 정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구글링을 해보면 다음과 같다.

'대기업'이라는 용어는 법적으로 엄밀하게 정의되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용하는 '대기업(집단)'이라는 용어는 독점규제법에 의해 지정된, 자산총액이 5조 원 이상인 '공시대상 기업집단'과 10조 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을 칭한다.


개인적으로 대기업은 자산 총액과 상관없이 IPO (Initial Public Offering) 기업공개를 하여 외부 투자자가 경영을 들여다볼 수 있고, 분기별로 실적 보고서를 내는 기업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러한 업무를 위해서 CEO, CFO 등이 존재하고, 제대로 된 업무를 위해서 다양한 유관부서들이 법률의 테두리 속에서 Must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조직이 구성되게 된다.


이러한 회사들의 특징은 Well Structure 된 조직 구조를 지향하게 되고, 경영 성과를 내기 위해서 매년 Goal Setting을 분명히 하고, 매출과 영업이익을 회사의 주요한 KPI가 되게 된다. 한마디로 말해서 성과를 내는 것이 당연하고, 이를 구성원들에게 책임(?)을 지우게 된다. 이러한 일들은 임원급에서 아래로 Top-down으로 내리꽂아서(?) 업무가 진행이 된다.


대기업에서 일한 경험을 보면 장단점이 분명하게 보인다. (단, 1달 아니 1주일만 일하면 다 알 수 있다)

단점부터 나열한다면 (1) 상당히 딱딱한 조직문화이고, (2) 조직원 간의 이해득실을 엄청나게 따지게 되고, (3) 빠른 성장보다는 안정적인 선택을 하는 경향이 보인다. (4) 창의적인 아이디어보다는 논리적이고, 문서화된 결제 프로세스가 앞장서게 된다. (5) 더불어 공무원 같이 생활하는 꼰대들이 윗선에 포진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MZ세대에게는 상당히 답답한 업무가 주어지고, 승인 프로세스와 내부 규정 등이 빠르게 업무 진행하는데 앞을 가로막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대기업에서 일할 때 느끼는 이러한 답답함은 "군대생활"에서 느끼는 것과 거의 비슷했다. (군생활이 100이라면, 대기업 생활은 80 정도의 레벨)

대기업에서의 장점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많이 있다.

(1) 꾸준한 월급과 복지가 있을 것이고, (2) 사회적인 명성과 그로 인한 심리적 안정감이 있다. (3) 회사 내부의 프로세스를 배우고, 사내 교육 프로그램이 존재하며, (4) 성실함과 참을성만 유지한다면 장기적으로 승진하면서 다닐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5) 스케일이 큰 사업을 눈앞에서 경험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월급과 복지가 사실 그렇게 대단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중소기업을 다니는 분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사내 식당이나 병원에서 얻는 혜택, 건강검진 및 의료비 지원, 휴직/휴가, 교육과정, 셔틀버스 및 교통비/통신비 제공, 파트너사에게 받는 다양한 할인, 경조사 지원비, 소소한 혜택"을 다 합할 경우 상당한 금액 지원이 된다. 예전이 지인과 함께 계산했을 때, 기혼자의 경우 최대 1,800만 원 정도의 혜택이 연간 제공되었던 것 같다. (물론 모든 혜택을 다 뜯어먹었을 때 나오는 돈인데, 최소 800만 원 정도는 기본으로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측정되었다.)


참고로 이러한 지원 사항은 돈으로 측정하기 상당히 어렵기에 이직할 때, 연봉에 반영되지 않아서 상당히 아쉬울 수 있다. 숨어있는 저러한 혜택들이 대기업 직원들의 이직을 막게 된다. 2,000만 원을 누가 올려줘?


결국 대기업에 입사한 사원들의 목표가 임원을 다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군대에서 Star(장군)을 다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임원을 달기까지 최소 15~20년을 기다리면서 다니기에는 많이 괴로운 시간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설사 임원이 되었다 하더라도 불과 2~3년의 성과를 판단으로 Go / No-Go를 판단하기에 임원이 임시직원으로 불리는 것도 농담은 아닐 거다.

단, 임원을 달았을 경우 특이하게도 다음 회사에서 다시 부장급으로 내려가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나도 임원을 해보지는 못했지만, 우리가 모르는 그들만의 List에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억대 연봉은 보장)


대기업을 다녀본 입장에서 누군가가 다녀볼 가치가 묻는다면, "당근"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는 대학교를 다녀볼 가치가 있느냐와 상당히 비슷하다. 물론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그 가치는 아직도 잘 모르겠는데, 안 다녀본 사람과 일해보면 '학문'을 공부하는 것 자체의 무게감은 나름 있는 것 같았다. 대기업을 안 다녀본 사람과 일을 해보거나, 커리어 이야기를 하면 상당히 편향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넓은 숲을 본 사람과 아닌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작은 기업에서 일한 사람은 아쉽게도 수천 명~수만 명의 단위에서 프로세스로 움직이는 비즈니스의 파워에 대해서 알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특이하게도 대기업에서 다양한 유관부서의 업무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해 주는 적은 없지만, 일을 하다 보면 느끼는 체득 감은 어느 순간 깨달음을 준다.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내가 잠시 일을 놓고 있어도 돌아가는 프로세스는 나사 하나 빠져도 끄떡없는 스위스 시계의 정교함처럼 신기하기만 하다.

하지만, 대기업을 과연 얼마나 오래 다니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항상 고민이다. 입에 불만을 품고 살지만, 10년 넘게 잘도 다니는 사람도 있고, 조용히 업무를 잘하면서 승진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MBA나 외국계 or 스타트업으로 탈출하는 직원도 종종 볼 수 있다. 3년마다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하라고 하지만, 최소 2-3년에 한 번씩은 Next Step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세상의 움직임은 빠르게 흘러간다. 어쩌면 1년에 한 번씩은 이직을 고민해 보고 LinkedIn이나 Resume를 업데이트하고 시장에서의 나의 Value를 인터뷰를 통해 측정해 볼 필요가 있다.


대기업 커리어에서 가장 큰 고비가 2가지 있다. 보통 대리급(3-5년 차)을 달 시기가 커리어의 첫 번째 변곡점일 수 있다. 이후에는 과장급(7-10년 차)에서도 고비가 있지만, 이때는 결혼을 하거나 나이도 30대에 들어섰기에 무게감이 남다를 수 있다. 대리급에서 진지하게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것을 추천한다. 대기업의 경우 오래 다니는 것과 비즈니스 능력이 정비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무리 좋은 부서에 있어도 3년이 지나면 업무가 익숙해질 뿐 커리어 성장에는 한계점 (Threshold)에 가까지 질 것이다.


부장급 (10-15년 차)에서는 살짝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이 때는 경력이던 신입으로 쭉 커리어를 끌고 왔던 조직에서의 나름 우두머리에 속한다. 경험도 풍부하고, 커리어에서 본 수많은 케이스들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으면서 자신만의 Boundary를 지키고 보호할 수 있다. 문제는 부장급에서 임원급으로 올라갈 확률을 진지하게 계산을 해봐야 한다. 올라가고 싶던 아니던, 조직의 세계에서는 두 명의 우두머리가 있을 수 없기에 본인의 Positioning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직을 하더라도 다른 조직에서 다시 리더 간의 텐션이 있을 수 있기에, 이 때는 개인의 능력과 더불어 조직 장악 능력 (Leadership)이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대기업에 입사(Launch)를 하고, 2-3년간 성장(Growth)을 하면서 본격적인 회사생활을 하지만, 성장 곡선 그래프는 대부분 한계에 다다르게 된다. 왜냐고? 회사에서는 여러분의 성장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조직의 일원으로서 회사의 성장에 무게감을 두기에 개개인의 커리어 발전에는 상관관계(Correlation)가 크지 않다. 이는, 경력으로 대기업에 들어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경력이면 2년 Cycle이 맞다)

 무거운 대기업의 성장 (기업가치 ▲) 보다 나 자신의 발전 (연봉 & 경험 △)이 뒤떨어질 수 있기에 유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꾸준한 자기 계발(Innovation)을 하면서 스스로를 챙겨야 한다. 만약, 회사에서 이러한 커리어를 챙겨주거나 내 앞의 Role Model이 될 수 있는 상사를 만난다면, 아주 좋은 회사에 다닌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상사에게도 더 좋은 상사가 있을 때 이러한 공식은 지속 가능하다)


자기 계발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소수가 차지할 수 있는 교육/연수 프로그램을 참여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했을 경우에는 원하는 업무를 하는 팀으로 이동을 하거나, 부서 내에서 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몰두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것이 좋다. 회사에서 운이 안 좋게 인정을 못 받을 경우에는 사외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훌륭한 전법(?)이다. 관심 있는 모임에서 활동을 한다던가, 외국어 공부나 취미 활동을 하는 것도 좋다. 또는 회사를 탈출하기 위해 전략을 짜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다. 그 당시에는 아등바등하면서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삶의 원동력이고 커리어에 혁신을 주는 활동일 수 있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휴직이나 자기 계발 휴가를 떠나면서 현재를 즐기고, 미래를 생각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좋을 수 있다. 한 살이라도 젊고 건강했을 때 과감한 도전을 하는 것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대기업에서 받는 무의미한(?) 스트레스를 날리는 것도 혁신일 수 있다. 때려치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강! 조! 하고 싶다.


대학을 다니다가 휴학을 통해 더 긴 호흡으로 4-5년간의 대학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앞서 이야기한 내용을 요약하자면, 대기업은 커리어에 있어서 "한 번쯤은 다닐만한 곳 (Launch)"으로 큰 비즈니스 세계를 바라보게 만들어주는 조직이다. 하지만, 개인의 성장 (Growth) 보다 조직의 성장이 더 빠르거나 조직에서의 위치가 불안정하다면, 장기적인 호흡으로 나만의 혁신 (Innovation)을 찾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세한 대기업 생활을 드라마 미생에서도 배울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일본 만화인 시마 시리즈를 추천한다. 80-90년대 일본의 고도 성장기에 샐러리맨이 경험하는 커리어로, 회사에서 든 포지션에 겪을 수 있는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고, 실전처럼 잘 설명하고 있다. 권모술수나 사내정치 등을 19금(?)으로 상당히 잘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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