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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행복코치 Jan 08. 2022

현아는 왜 아직 꼬마일까?

15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작은 여자 꼬마인 이유는...

성장을 거부하고 영원한 젊은이로 남고 싶어 하는 것을 융은 퓨어 콤플렉스(Puer complex)라고 했다. 퓨어는 라틴어로 "아이"란 뜻이다. 쉽게 말하면 어른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 존재인 피터팬 같은 사람들이다. 책임을 지기 싫어하고, 자유롭게 영원히 즐기면서 살고 싶어 하는 존재. 그럼 내 속에 있는 그 꼬마도 성장을 거부하는 존재인가?


지금 내 속에 있는 현아도 계속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현아의 선택이 아니다. 나 자신이 지금까지 한 행위의 결과였다. 여태까지 성장을 위해 문제에 부닥치고 해결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가 없이, 현실이라는 스스로 만든 감옥에 나를 가둬놓은 거다. 사회나 조직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요청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해냈다. 정작 정말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각하고 답을 찾아야 하는 내 삶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귀찮았고, 답도 없는데 무슨 고민을 하랴, 이렇게 지레짐작을 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외부에서 요청하는 요구를 충실하게 해내면 내 삶은 저절로 따라오는 줄 알았다. 사회 경험이 쌓일수록 내면의 나도 성장하고 내 삶의 방향도 자연스럽게 정렬될 줄 알았다. 정말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경험이 늘어나고, 지식이 늘고, 지위가 올라가는 외면의 변화와는 달리 내면은 전혀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외형적인 변화가 커지면 커질수록 내면의 내가 차지하는 공간은 점점 좁아졌다. 삶의 방향은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나는 점점 더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이렇게 살려고 한 게 아닌데…'라는 말을 입에 달고서 말이다.  

내 속에 있던 현아는 내면의 공간이 좁아짐에 따라 점점 더 구석으로 몰렸고, 움츠러들었다. 꼼짝달싹하지 못하는 그 작은 공간에서 성장할 기회는 물론 그 생각조차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자신의 성장에 대한 싹을 애당초 싹 잘라버린 나에게 화가 나 있는 거다. 성장을 방해한 내가 너무나 밉고 또 밉겠지. 그래서 지금도 나에게 화가 나 있다. 처음 만난 날로부터 15년이나 지났지만 그때의 그 모습 그대로 말이다. 아니 그때보다 더 큰 분노다. 지금의 나는 열다섯 살을 더 먹었고,  청년을 넘어서 중년으로, 그리고 이제는 신중년이라고 하는 나이대로 들어왔는데 내 속에 있는 현아는 15년 전 그대로 갈레로 땋은 머리를 늘어뜨린 꼬마다.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   

그럼 현아는 앞으로 성장을 해야 하나, 아니면 그대로 작은 꼬마 아이로 남아 있어야 하는가?  내면 아이에서는 그에 대한 대답을 해주지 않는다. 스스로 답을 할 능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면 아이를 성장시키는 것이 필요한가, 아니면 그냥 아이인 채로 두고 대화하고 감정을 다스려 줘야 하는가?  


현아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무언가 방법이 있겠지만 그 방법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지금껏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아왔는데 내 삶에 대해서 모르겠다는 소리를 하는 게 참 어처구니없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나. 지금까지 나는 못 찾았다. 이제 방법은 현아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나 자신인 현아에게, 내 속에 들어앉아 15년 넘게 고민했을 바로 그 이야기를 풀어놓도록 말이다.  

현아가 이야기를 하는 게 현아와 내가 화해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까? 화해를 넘어 함께 손을 잡고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혼자서 이렇게 저렇게 머리를 굴려봐도 딱히 빛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순간 머릿속으로 이런 생각이 휙 들어왔다. 


'혹시 현아가 이미 나에게 손을 내민 것이 아닐까?'  


얼마 전 나타난 현아는 토라진 모습이기는 했지만 내가 그토록 바라던 기타를 들고 있었다. 등을 돌리고 앉아서 그 작은 손으로 엉킨 기타 줄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현아는 기타 줄을 왜 다시 매려고 하고 있었던 걸까? 혹시 현아가 나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이 아닐까? 정말 그런 걸까? 그럼 현아는 이미 나에게 화해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구나.

 

'아, 그랬구나.'  


현아는 나에게 이미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Prologue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 걸까?

지천명은 개뿔

뭔가 잘못됐어  

도대체 어떻게?

내면 아이

나를 만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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