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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행복코치 Apr 26. 2022

관성처럼 또 바쁘게 살아가다

바쁘게 살아감이라는 중독

갈래머리를 휙 돌리고 사라진 현아는 그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그 동안 나도 바빴다. 여전히 요청을 받은 일은 거절하지 못했고, 원래 하던 일도 그대로 였다. 여전히 바빴고 여전히 종종걸음으로 세상을 뛰어다녔다. 27년이 넘는 직장생활, 그리고 이어진 혼자서 하는 일, 나에게 월급을 주는 조직은 없어졌지만 나는 여전히 일을 위해 살아가고 있었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최장의 휴식은 약 여름휴가와 주말을 합하고, 우연히 겹친 공휴일까지를 포함한 약 10일이었다. 그 기간동안 나는 중국 티벳 여행을 갔다. 중국의 속국으로 전락한 티벳, 하지만 인간세상의 정신세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티벳불교를 가진 나라. 달라이라마는 아직도 전세계 사람들에게 깨달음의 말씀을 전달하고 있다. 

한 쪽에서는 티벳의 정신세계를 무너뜨리기 위해 가장 먼저 문화와 역사를 조작하고, 한편으로는 경제권을 박탈하고, 또 한축에서는 공안이라는 경찰권을 통해 티벳인들의 이동까지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그 중간에 나는 여행을 갔었다. 전혀 오염되지 않은 티벳의 자연환경에 놀라고, 그 속에서 너무나 가난하게 살아가는 티벳인들의 모습에 또 놀랐다. 더욱 놀란 건 그런 속에서도 오체투지를 하면서 라싸를 향해가는 사람들이었다.  

저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 저항하지 않고도 자신의 신념을 지켜갈 수 있을까.. 저들의 믿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많이 놀랐다. 티벳의 고원에서 바람에 날리는 룽타를 보면서 그들의 삶이, 그들의 신념이 이렇게 바람처럼 달리는 말과 같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티벳인들이 삶을 마감하는 방식인 조장터에서는 새들의 먹이가 되어 세상의 또 다른 영양소가 되어 세상을 날아가는 장례풍습에서도 나의 놀람은 계속되었다.  티벳에서의 열흘간의 경험은 나의 마음을 많이 흔들었지만,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나는 다시 삶의 진흙탕 속으로 저벅거리고 들어가고 말았다.  


그렇게 직장생활을 했다. 하루하루 전쟁하듯이, 살아남기 위해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 수많은 서류를 보고 만들고, 수 많은 전화통화를 하고 이메일을 쓰면서 말이다. 


나는 스스로 자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나는 잘 하고 있다고, 이 정도면 된 거라고,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라고… 그 때 나는 알았어야 했다. 그 삶이 나의 전부가 아님을. 나에게는 다른 삶도 있을 수 있음을.. 나에게도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충분한 힘과 에너지가 있음을…  

그런데 나는 지긋지긋하기만 했던 직장을 떠나 혼자 일을 시작한 지금까지도 그런 삶을 꿈꾸기만 한다. 예전과 달라진 것은 전혀 없이 하루하루 초치기를 하면서, 어느 기업에서의 말처럼 나 자신을 갈아넣으면서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자유롭고 싶은 에너지와 열정은 마음 속 깊이 감춘 채 여전히 30년 간 해왔던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다.  


이제 그런 삶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든든한 동앗줄인양 과거의 습관을 붙들고 있다. 그 동앗줄이 이미 썩고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나에게 지금의 삶을 버린다는 건, 나 스스로 나를 버리는 일이었으니까. 전설속에 해님과 달님을 하늘로 끌어올려줬던 동앗줄은 이미 이 세상에 없는데 말이다. 

내 속에 있던 현아는 나에게 그 말을 하고 싶었을 거다. 


"그 동앗줄을 놔. 이미 썩었어" 


하지만 나에게는 그 말이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진짜로 들어야 할 소리 대신이 반갑지 않은 이명이 찾아왔다. 




Prologue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 걸까?

지천명은 개뿔

뭔가 잘못됐어  

도대체 어떻게?

내면 아이

나를 만나러 간다

현아는 왜 아직 꼬마일까?

현아와 기타

현아에게 보내는 편지

버려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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