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떠나게 된
홍콩 출장.
회사에 들어가
꼭 한 번은 타국의 땅을 밟고 싶었던
작은 소망.
첫 날 호텔에 짐을 풀고
잠시 내일 일정을 앞두고
편하게 길거리를 걸으며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높은 빌딩들.
그리고 처음 보는 낯선 교통수단들.
갑자기 정신없이 떠나게 된
출장이기에 아무 준비도 하지 못한,
어쩌면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그저 계속 걸었던.
"혹시 근처에 야경 찍기에 좋은 곳이 있나요?"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물었던 질문.
하지만 결국 답은 얻지 못하고
예정된 출장 일정을 진행했다.
그렇게 이틀 정도가 지나
잠시 밤 늦게
주어진 자유 시간
예정에 없던 자유가 주어지자
허둥지둥
홍콩 직원들에게 물었던 질문,
"근처에 야경 찍기에 좋은 곳이 있나요?"
야경을 보기 위해
꼭 한 번 사람들이 들린다는
침사추이로 향하는 길.
저녁 여섯 시쯤
두근대는 마음으로
마치 젊은 날의 배낭여행처럼,
길을 몰라 헤매다가
급하게 지하철을 몇 번 씩 갈아타고
걷고 계속 걸었다.
"이렇게 찍으면 돼?"
마침 나처럼 혼자 여행 와서
내게 사진을 부탁하는 이탈리아 친구에게
야경을 배경으로 사진 몇 장을 찍어주고는,
밤 열 시
저녁을 굶은 것이 생각나
길거리로 그저 다시 계속 걸었다.
멋진 강가의 야경보다
번쩍번쩍 빛나는 높은 건물들이
내 눈을 사로 잡았던.
낮에는 빌딩이 보고 싶지 않아
길을 끊임없이 걸었지만,
밤에는 그 어느 곳보다 아름다운
길거리.
"이 곳이 바로 홍콩이구나."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을 때쯤,
내 옆에서
홀로 야경 사진을 찍고 있는 한 외국인 할아버지.
"내가 한 장 찍어줄까요?"
작은 인사로 시작해
야경을 배경으로
카메라에 대해서
한 참을 얘기했던.
"저녁은 먹었어요? 괜찮으면 같이 먹으러 가요."
그렇게 홍콩 길거리에서 만난
낯 선 독일 할아버지와 함께
허름한 인도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 위해
나는 발걸음을 뗐다.
"지하철에서 멀지 않으니 괜찮을 거야."
호텔까지 돌아 갈 수 있을까
머뭇거리는 나에게
작은 배려로 안심하게 해준.
커리 두 개
그가 마실 맥주 하나
그리고 난을 시켜 먹으면서
나눈 그의 세계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그의 다음의 목표는 중국이라고
애인은 지금 다른 나라에 있다고.
당신은 참 젊게 사는군요.
모두가 꿈꿀만한 삶을 사는 그에게 내가 건넨 말.
그는 전문 전기공으로
오랜 세월 통신회사에서 일했다고,
참으로 열심히 살아오다
세계 여행을 다니는 중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유럽에서 일하고 싶어 해요."
그런 나의 말에
유럽의 경기가 갈수록 어렵다고
독일에 일자리가 없어
한국에서 일하려고 하는 친구 아들이 있다고.
그렇게 낯 선 사람과
불투명한 우리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다
문득 생각나는,
"진로는 정했니?"
내가 항상 반에서 꼴찌에 가깝던 중학교 시절
졸업식 날 내게 말없이 다가와
마지막으로 물어보시던,
"글쎄요. 제가 대학이나 갈 수 있을까요."
나를 향한 국어 선생님의 질문에
그렇게 대답한 기억.
처음 만났던 순간엔
공부하지 않는 나를 매일 같이 혼내시고
잠 좀 그만 자라며 꾸짖으시던,
"이거 정말 네가 쓴 거니?"
친구들이 내 다이어리에 빼곡히 적힌
시들을 조용히 돌려보다
그 것을 뺏어 읽고 놀란 눈으로 나에게 물으시던,
항상 무서운 눈으로만 보시다가
그 어느 때 보다 따뜻한 눈으로,
"세상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란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나에게 말씀하시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