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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삶 Sep 29. 2015

"사람에겐 각자의 길이 있는 거니까."

- copyright 김작-


형 요새 그림 그려요?

일이 쉬는 토요일마다

영어 공부를 하러 다니다가,

취미로 다시 시작한 그림.


비록 잘 그리진 못하지만

가끔 씩 마음을 비우는데 도움이

되는 듯한.


"네 교과서는 만화책 같아서 빌려가기 좋아."


중학교 시절,

심심하면 내 수학 교과서를 빌려가던 친구의 .


"찹 쉽죠?"


어릴 때는 매일 방문을 닫고 들어가,

그림을 그렸 순간들.


텔레비전에서 매일 나오는

수염 덥수룩한 화가 아저씨의 그림을

푹 빠져서 바라보 나.


어머니가 어디선가 그림을 배우려고

사왔던 이젤과 붓은

언제부턴가 내 차지가 돼버.


"이건 산이고, 앞은 호수에요."


유화 물감이 없어서 그 대신

내가 가진 수채화 물감을 두껍게 발라 모두 써버

그렇게 뿌듯해하며 학교에 출품했던 풍경.


"집에서 스케치를 가져왔어요."


대학 시절 찾아갔던 어떤  화실에서

주최하는 유화 체


지금 생각해도 참 못 그렸지,

붓 끝에서 느껴지는 두꺼운 물감이 그저 좋았달까.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네 그림은 재미있어."


그 다음 주 유화가 다 말랐을 때,

캔버스를 들고 집으로 가는 나에게

해주시던 화실 선생님의 .


오랫동안 그림을 그린 사람들 틈에 껴서,

혼자 집에서 가져온 스케치로 그린 추상.


모두가 명화를 보고 열심히 그릴 때,

그렇게 어설프게 완성한 나만의 그.


"난 항상 너 같은 스타일에 도전해 보고 싶었어."


직장인이 되어 다시 도전한

내 유화를 보며 그렇게 얘기해주던 한 외국인 친.


처음 그릴 때 보다 여러 색을 섞어

써보기도 하

그저 느낌 가는 대로 표현하면서

즐거웠으니까.


"한 번 가보자."


가끔 빵점을 받아오던 초등학교 시

결국 어머니가 끌고 갔던 유명 미술학.


"나무를 한 번 그려볼래?"


큰 뿌리에서 줄기와 잎사귀로,

생각 나는 대로 뻗어나갔던 기.


"아이의 창의성을 그대로 살려주세요."


선생님의 말에

결국 나는 그 이후로

학원 대신 집에서 매일 그림을 .


"처음 미대에 가면 그동안 배운 것을

모두 지우는데 1년이 넘게 걸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그림 전시

밥을 먹으며 그림에 대해서 얘기하다 나왔던 .


너무 많이 알고 있거든.


미대에 들어가기 위해 배운 것을 지워야,

자신만의 길을 찾는다던 친.


그러면서 오히려 나에게 부럽다고 말하

친구의 푸념.


"넌 이제 전문성이 있잖아."


한국에서

이제 막 석사 졸업을 앞둔 친구에게

내가 그렇게 말했던.


"너처럼 할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아."


나는 어떤 사람일까 고민하던 때,

친구가 해준 말.


그리고,


"사람에겐 각자의 길이 있는 거니까."


 말을 듣고 마음이 편해진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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