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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삶 Nov 29. 2021

[영상에세이] 핀란드, 그 여름 날  

직장인, 그 더운 여름 핀란드 헬싱키를 향하다.

Finland, Helsinki, Video, Sony, Jaewoo Kim(김작)
 유튜브 핀란드 영상 

2018년 여름이었다.

우리들은 1주일간 핀란드로 향했다.


직장인 5년차.

나는 직장에 다니며 처음으로 MBA 과정을 시작했고,


직장에서 영업 사원으로 밤 낮 없이

정신없는 나날이 계속 되던 때,

직장과 대학원의 병행은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지만,


한 편으로는 마음 속으로만 삭혀왔던 꿈을 펼칠 시간이기도 했다.


나는 21살 쯤, 군부대에서

제대가 가까워질 시기부터 밤마다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때쯤, 우연히 군의관님이 가지고 계시던 서적들 중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눈에 들어 왔다.


공대생이라 잘 생각해 본 적 없던 단어.

MBA라는 글자.


당시에 내 삶이 앞으로 펼쳐질지 알지 못했던 나는

막연히 25세, 30세, 40세, 50세, 60세, 70세, 80세 그리고 마지막 장례식 까지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한 30대 중반에 MBA를 거치겠노라 다짐했다.


물론 해외 유명 MBA를 가겠다고

맨 처음 했던 다짐과는 다르게,

20대 중반에 이르면서 경제적 효용에 따라

대학을 졸업하던 시기에는 국내 MBA와 병행하겠다면서 모든 국내의 MBA 과정을 찾아본 적이 있었다.


2018년 나는 주변 지인들에게 조언을 얻어 국내에서

내가 가장 원하던 MBA에 합격하였다.




Finland, Helsinki, Digital, Sony, Jaewoo Kim(김작)
Finland, Helsinki, Digital, Sony, Jaewoo Kim(김작)


사실 국내 MBA에 가면서

사람마다 서로 다른 이유로 대학원에 진학하겠지만,

나는 대학 시절, 막연히 적어놓은 버킷리스트에 따라

기회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MBA가 내 인생을 바꾼다던가,

커리어가 극적으로 변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10년 전부터 마음에 새겨두었다는 것.

마음이 시킬 때는,

그저 세상이 나에게 주는 무언가가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운이 좋게도 국내에서 가장 좋다는 MBA를 합격했고,

나는 거기서 만난 훌륭한 학생들과 함께 1학년 여름학기,

핀란드에서 짧게나마 수업을 들으러 비행기에 올랐다.


사실 수업도 수업이겠지만,

핀란드에 가기 전, 나는 짧게나마 영상에 도전하기로 하고

이런 저런 준비를 많이 해갔다.


아마 이 번 기회가 아니면

다시는 핀란드에 올 일이 없을지도 모를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자유 시간이 거의 하루 밖에 없는 일정이었지만,

가벼운 카메라에

단 하루 혹은 틈틈이 남는 시간 동안 최대한 핀란드와 헬싱키 풍경들을 영상에 담아오고자 했다.


그래서 처음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풀자마자,

시차 적응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밖으로 나가 시장과 바다,

곳곳의 장소들을 돌아다니며 영상을 찍었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저녁에 잠시 숙소로 돌아가 눈을 부치기도 했지만,

밤 늦은 시간이 되어도

낮처럼 환한 핀란드의 여름은 내가 밖으로 나가 더 많은 사진과 영상들을

담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였다.

Finland, Helsinki, Digital, Sony, Jaewoo Kim(김작)
Finland, Helsinki, Digital, Sony, Jaewoo Kim(김작)
Finland, Helsinki, Digital, Sony, Jaewoo Kim(김작)
Finland, Helsinki, Digital, Sony, Jaewoo Kim(김작)
Finland, Helsinki, Digital, Sony, Jaewoo Kim(김작)


핀란드 곳곳에서는 사람들이 공유 자전거를 타고 다녔고,

자전거 위에서 왼손과 오른손을 들어 수신호를 보내며 자회전, 우회전을 하면서

편한 운동복으로 시장과 도로를 오가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들이 즐비했다.


밤이 되도, 유럽풍의 건물들 사이로

밝게 빛나는 도시들은

정말 밤 10시가 넘어서 돌아다녀도 안전하게 느껴질만큼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무언가 관광도시 같지 않고,

바다와 시장, 유럽 양식의 건물들.

평화로움 그 자체였고, 디지털 노마드로 살 수 있다면

이런 도시에서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 였다.

Finland, Helsinki, Digital, Sony, Jaewoo Kim(김작)
Finland, Helsinki, Digital, Sony, Jaewoo Kim(김작)
Finland, Helsinki, Digital, Sony, Jaewoo Kim(김작)
Finland, Helsinki, Digital, Sony, Jaewoo Kim(김작)
Finland, Helsinki, Digital, Sony, Jaewoo Kim(김작)
Finland, Helsinki, Digital, Sony, Jaewoo Kim(김작)

감사하게도

함께 했던 지인 분의 도움으로

잠시 저녁 시간을 이용해 게 나마

요트를 타고 핀란드 바다를 돌아다닐 기회가 있었다.


모두가 편안히 요트를 즐기고 있을 때,

나는 바다의 소리를 담으려고 애썼다.


첫 날 느꼈던 길거리의 악기 소리들.

풀잎 사이사이로 들리던 바람 소리.

날아다니는 갈매기의 울음 소리.

그리고 바다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너무 생생했다.

Finland, Helsinki, Digital, Sony, Jaewoo Kim(김작)


어느 날은 숙소에서 멀리 자리잡은  

레스토랑을 찾아가 그 앞에 펼쳐진

발이 닿지 않는 깊은 바다로 들어간 날이 있었다.


허우적대긴 했지만

어릴 적 아주 약간 수영을 했던 경험 덕분인지

잠시나마 물 속에서 수영하며

한국에서의 바쁜 일상을 잊을 수 있었다.


그 시간만큼은 정말 여행의 시간도 아니었고,

자연 그 자체에 머무는 느낌이 가득했다.




나는 한국에 돌아와

회사에 출근하거나 학교에 가는 날을 제외하고는

계속 영상 작업에 몰두했다.


핀란드 바다의 소리를 담고,

내가 원하는 음악을 찾아 그 때의 기억들을 모으려고 애썼다.


출근하면 매일 들리는 전화 벨소리.

끊임없이 몰려오는 클레임들.

바쁜 출장 스케쥴 사이에서


내가 담고자 했던

소리들은 무엇일까.


어쩌면 내가 조금 더 젋은 날

다짐했던 순수한 결심들을 잊지 않기 위한

발버둥이었을까.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그 책을 보면,

주인공은 오아시스 사막에서 하늘을 날아가는 새들을 보며 '표지'를 읽고,

사막 한 가운데서 해와 바람과 사막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어쩌면 삶은 계속 되고,

우리는 현실에 마음의 소리를 잃어 가지만,

세상의 목소리는 지금 어딘가에서 매순간 우리를 향해

계속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깨어있으라.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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