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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일기

간호사의 의사 시다바리 분위기와 많은 사람들한테 억까당하는 게 싫어서 직업을 바꿨는데, 여기도 마찬가지다. 더한 경우도 있다.


물론 짬 쌓이면 간호사보다 훨씬 나은 직장 같다. 그치만 몇십년을 버텨야 나아진다. 아마도 내 첫 직장이 소방이면 도망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추노의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는데, 내가 때려치우면 가족들이 진짜 나를 손절할까봐 참는 거다.


어릴때부터 연대책임을 세상에서 가장 극혐했던 나는 평생 극혐인 인생을 살고있다. 미안하다. 내 자신아.


할아버지가 돈을 허튼 데 안 쓰고 자손들에게 잘 물려줬으면 남한테 싫은 소리 안 듣고 살 수 있었으려나? 글러먹은 후손이라 미안해요. 내가 힘드니까 조상 탓을 한다. 나도 할아버지처럼 욜로 라이프를 살고 싶은데 나는 글러먹게 태어나서 남 눈치 많이 보는지라 그게 안돼요.


미국으로 가면 낫나? 언어를 못해서  도망갈 용기도 안 난다.


5살때인가, 신00이라는 금수저 친구가 유치원에 전학왔는데 처음으로 마음이 통하는 친구였다. 친동생한테도 질투하던 어린시절이었지만, 그 친구한테는 내가 제일 아끼는 핑크색 색종이로 시계를 접어서 선물했던 기억이 난다. 그 집에 초대받았는데 집이 어마어마하게 넓은데다가 대게를 삶아주더라고. 나 참. 살면서 그걸 처음 먹어봤다. 그런데 친구가 캐나다 간다고 해서 눈물 머금고 보내줬었다. 걔는 지금쯤 나같은 애 잊고 캐나다에서 잘 살겠지? 부럽다.


각설하고, 미국에 산들 소용이 있을까? 없다.

나는 이민 1세대로 여기에서 사는 거보다 더 험난한 인생을 버텨야만 하겠지. 여기는 시골이여도 코리안이 통하는데 거기선 말도 안 통할 것이다.


한국어로 말해도 말 안통하는 조직이 공무원 조직입니다 여러분.


수험생 분들.

도망치세요.

당신의 삶을 즐기세요.

부디 행복하세요.


자살한 공무원들보고 장수생 시절에는 ‘그래도 저사람들은 공무원이라도 붙었잖아?’라는 쓰레기같은 생각도 한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정말 이해가 갈 거 같다.

몰라서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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