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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생존일기

소펌(소형펌프차)에서 구조출동을 가면, 강아지를 데려올 때가 있다.


걔네는 외모도 성격도 다양하다.


- 사람을 보면 짖는다

- 사람 눈을 못 마주치고 주눅 든다

- 사람에게 관심이 많고 예쁨 받고 싶어 적극적이다


내가 강아지였으면 두 번째 유형이었을까?

사람한테 예쁨 받지는 못할 거다.




며칠 전에는 새끼강아지를 봤다.


그 아이는 처음부터 낑낑거리며 애정을 갈구했다.

나는 외할머니 댁 강아지 만지듯 정신없이 이 아이를 예뻐했는데, 자세히 보니 아이가 관리가 잘 안 돼서 진드기가 어마무시했다. 불쌍한 녀석 같으니라고. 귀에 진드기를 떼니 진드기 시키가 아이를 문 흔적이 보였다. 다른 반장님이랑 같이 진드기를 떼주었다.


나는 우리 강아지 진드기 떼듯이 손톱으로 진드기를 톡 터뜨려서 죽였는데, 센터분들이 그걸 보고 경악을 하셨다. 나는 우리 엄마가 이렇게 하길래 따라한 건데 이상해보였나?(엄마는 이래야 진드기가 죽는다고 항상 그렇게 하셨다)


차장님 한분은 강아지를 키우냐고 여쭤보시길래 할머니 댁에서 강아지를 키운다고 말했다. 강아지 관련해서는 내가 짬이 있어 보였나 싶다(?)


닭백숙 남은 걸 주니 허겁지겁 먹는다. 천천히 드시라고 말을 해도 알아듣지 못한다. 하도 정신없이 먹으니까 그릇이 여기저기 움직여졌다. 애가 먹기 불편해 보여서 손으로 그릇을 고정하고 삼십도 정도로 각도를 세워주었다. 밥을 잘 먹더니 냅다 내 손을 핥는다.


녀석아. 밥을 먹어야지 왜 내 손을 핥냐!!

으이그. 내 손 핥지 말고 밥을 먹어야지!!

그래도 웃음이 나왔다.

귀여워가지곤.


백숙 잡수시고 나서 목마르실까 봐 그릇을 씻고 정수기에 물을 떠다가 생수도 대령했다. 몇 모금 마시더니 또 나한테 다가와서 애교를 부린다. 귀여워 죽겠다.


아이는 어딜 가든 사랑받을 거 같다. 다른 분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마당 딸린 전원주택만 있었어도 이 아이를 데려왔을 텐데. 하지만 타지 생활에 원룸 월세 신세다. 돈이 없음에 심히 안타까웠다.


강아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가 해줄 건 그렇게 빌어주는 거뿐이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주민 한분께서 나한테 고양이 먹이를 주셨다. 강아지한테 줘도 된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걸로 강아지 훈련을 시켰다.


앉아! 라고 말했는데 근엄하지 못한 나의 목소리에 주민분께서는 단호하게 말해야한다고 조언하셨다.


좀 더 근엄하게 몇 번 말하니 아이가 앉았다. 주민분께서 5초 안에 먹이를 줘야 훈련이 된다고 하셨다. 그렇게 몇 번 하니 이제 이 아이가 알아서 앉는다. 스마트해 죽겠다. 어느 순간 먹이가 동났는데, 아이가 먹이 봉지 쪽으로 코를 들이민다. 이제 줄 게 없단다.


센터 앞에 묶었는데, 멀리서 주민분들이 산책을 하고 있으면 관심을 가지고 때로는 작은 목소리로 짖는 시늉을 낸다. 집을 잘 지키는 아기충견이다.


다음 날 아침에는 산책을 시켜줬다. 애가 바로 똥을 눴다. 참고 있었나 보다. 배변도 잘 가리는 스마트한 녀석이다.


풀냄새 맡으라고 풀을 건드리니 얘가 바로 옆에 있는 텃밭에 관심을 가진다. 흙을 파재끼려 해서 목줄로 제지했다. 이눔아 그러면 안돼!! 사유지라고 거기는!! 뭐가 그리 궁금하니.


퇴근할 때쯤에 마지막으로 악수를 했다. 아이가 나한테 꼬리 치며 여기저기를 핥으려고 한다. 아쉽지만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라고 말했다. 그런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의 모습이 천진난만하다.


차를 타는데 녀석이 창문 너머로 나를 쳐다보는 듯했다. 내 생각일 수도 있다. 아이가 돈 많고 집 좋은 주인 만나서 그저 행복했으면 좋겠다.


다음 근무 때 보니 아이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었다.

허전했지만 어쩔 수 없다. 그저 아이의 행복을 빈다.


제발 좋은 주인 만나길.

안락사되는 일 없길....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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