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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일기

구급대원도 사람인지라 연고지에서 일을 하고싶어한다. 보통 요즘 젊은 사람들의 연고지는 인프라가 좋은 편이다. (마켓컬리나 쿠팡 로켓배송 되는 지역으로 살고 싶어하니까)


그런데 인프라가 좋은 곳은 공간도 한정적이고, 일할 수 있는 인원도 제한되어있다. 즉, 누군가는 시골로 가서 일을 해야한다. 그 자리는 신규들로 채워진다. 그래서 다수의 신규들이 평생 가본적도 없는 시골에서 일을 한다. 시간이 빨리 가서 고향에 갈 수 있길 빌면서.


그렇게 점점 버티다보면 패턴이 보인다. 고향으로 떠나고 싶은 사람들은 많은데, 시골로 오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걸. 시골에서 일을 배워도 숙달될때쯤 도시로 가버리니 구급대원의 숙련도에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시골에는 병원도 몇 없으니 모든 면에서 시골에 사는 사람들이 피보는 거다.


여기서 일하면서 깨달은건, 늙고 병드신 분들은 무조건 병원 가까이에 살아야 한다는 거다. 우리 아버지만 해도 자연인 애청자셔서, 나중에는 산에서 살 거라고 하신다. 앞으로는 그런 말씀 농담으로도 하지 마라고 버럭 할거다. 나는 아빠와 싸울 각오를 하고 부모님을 현재 우리집에서 살게할 테다.




집에서는 월세 걱정 안하고 지내는데, 여기서는 기름값도, 월세도 배로 들고 인프라도 부족하니 인사발령 시즌이 되면 고향으로 가고싶은 건 당연지사다.


시골 마을은 농사철에 할머니 할아버지들 아니면 돈 벌러 온 외국인 뿐이다. 소수의 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농사 짓는 내 또래 사람을 본 적 없다.


이러다가 10년 뒤에 시골에는 동남아 혼혈 또는 동남아시아 사람이 귀화해서 구급대원으로 일할 날도 올 것 같다.


난 10년 전에 응급실에 일하면서, 사람들이 소아과를 기피하게 될 거라는 걸 직감했었다.


10년 뒤에 두고보시라. 내 말이 맞을지 틀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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