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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나뭐하나 Feb 03. 2023

미국 시골에 울려 퍼지는 Dynamite

처음 뵙겠습니다만, 아미세요?

"엄마! Ms.Chalie가 엄마 Army냐는데? 그게 뭐야?"


유치원 방학 기간에 동네 공부방에서 하는 캠프에 보냈더니 집에 오는 길에 아이가 묻는다. 엄마 아미냐고.

공부방 캠프에서는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미술 활동도 하는데 그동안 선생님이 BTS 노래를 틀어줬다는 것이다. 아이가 BTS 노래를 알아듣고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엄마가 아미냐고 물어본 것이다. 


아미냐고 물었다는 것은, 

물은 사람이 아미일 가능성이 높다는 소리다.


"엄마? 엄마 아미야! 엄마 아미라고 했어? 얘기하지~ 선생님한테 다음에 얘기해~"


아이한테 아미가 뭔지 뜻을 설명하다가, 생각보다 데시벨이 높아진 내 목소리에 나 스스로 놀랐더랬다. 참 주책인데 어쩌겠는가. 솔직히 반가웠다.


미국에서 방탄의 인기는 실로 놀랍다.

이곳은 대도시가 아니라 대중교통이 불편해 가까운 거리도 운전을 해서 다니는데 라디오를 틀면 때때로 방탄 노래가 나온다. 대형마트에 가면 드물지 않게 방탄의 노래를 들으며 장을 보게 된다. 서점에 가면 잘 보이는 곳에 BTS 잡지 코너가 따로 있다. 


방과 후에 가는 아이 댄스 스쿨에서 Dynamite 전주가 흘러나올 때는 좀 놀랐다. 큰 아이들 댄스 클래스에서  아이들이 몸을 푸는 첫 곡이었다.   


한국에 있을 때 방탄의 인기가 대단하다고 언론에서 매일같이 나와도 미국의 시골에 사는 아이 학교 선생님, 학원, 엄마들의 일상에 까지 녹아든 것을 보니 오히려 미국에 와서 더 실감이 된다.


한국의 대중가요 가수가 미국에 진출한다고 할 때면 온 국민의 관심을 받았다.

보아, 원더걸스 때는 나도 관심 있게 지켜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그 뒤에는 항상 '미국의 벽은 높았습니다. 그래도 가치 있는 도전이었습니다.'가 따라왔다. 한국에서 히트 치면 일본, 중국으로 진출했고 최종 목표는 미국인 느낌이었다. 


방탄의 성공이 이 애엄마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그저 아이돌 좋다고 난리 치는 아줌마로 보여도 사실 괜찮지만 (뭔 상관ㅋ 사실이기도 함.)

방탄의 성공은 나만의 이야기, originality가 얼마나 견고하고 가치 있는 것인지 깨닫게 된 계기였다. 


그 힙한 성공을 한국 그룹이 해냈다니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슴 벅찬 일이다.


망리단길, 성수, 힙지로 등등 서울의 핫하다는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연신 인스타를 장식한다. 그런데 요즘 신기한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그곳이 뉴욕이든 파리든 세계 어디든 핫하다는 곳은 꼭 가보고 먹어봐야 되는 소위 여유 있고 힙한 사람들, 그들이 요즘은 서울을 즐긴다는 사실이다. 예전엔 파리, 런던, 뉴욕앓이를 그렇게 했었는데 요즘은 한국, 서울이 '리즈'라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한국은 지금이 전성기인가.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2016년 생산가능 인구가 3,704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급속히 감소하는 인구절벽에 직면했다. 이대로라면 우리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이 나라는 어떻게 되는 걸까. 끝을 모르는 불황에 나라가 사라질 지경에 이르러 지금 내가 사는 이 시대를 '대한민국의 대중문화가 전 세계에 꽃 피운 르네상스'로 기억하게 되지는 않을까 두려움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적 성공은 한국 안팎에 사는 한국인을 더 강하게 만든다.

미국의 어느 블랙 코미디언은 알파벳 K를 Korea에 도둑맞았다고 한다. K-pop, K-drama, K-barbecue 등등 전 세계에 고유명사로 통용되는 K-Culture를 보면 그런 것도 같다.


한국이 지금이 리즈가 아니고,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살아갈 미래에 더 다양한 분야에서 대단한 성과가 터져 나오기를 바란다. 지금을 사는 우리 모두의 어려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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