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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킹 Jul 29. 2022

'어디서' 시속 50km로 달리고 계세요?

2022. 07. 29 스여일삶 뉴스레터


구독자 님, 안녕하세요! 7월의 마지막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이야기하지만 정말 시간 빠르네요. 다음 주면 8월이라니. 이제는 날씨도 한여름답고, 또 눈을 감았다 뜨면 가을이 되어 있을 것만 같아요.


저는 이제 출산까지 100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아들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제 배가 그냥 큰 건지 모르겠지만 배도 꽤 빵빵해졌어요. 이제는 임산부 뱃지가 없어도, KTX 타고 지나가면서 봐도, 영락없이 임산부의 모습입니다.


임신을 하고 나서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 게 몇 가지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걷는 속도'에요. 바쁘게, 정신없이 살다 보면 시간에 쫓겨 종종걸음으로 다닐 때가 많은데 이제는 그렇게 걸으면 힘들거든요. 특히나 마스크를 하고 그렇게 걷다 보면 어느새 땀이 송골송골... 그러다 '아, 나 이렇게 빠르게 걸을 수 없지'를 깨닫고 걸음 속도를 늦추곤 해요. 때로는 동행하는 사람의 '보통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야속할 때도 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 속도'를 인지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속도로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어떤 도로 위에서 달리고 있는가'에 따라서도 그 속도대로 가도 되는지, 그 속도가 민폐가 되는지도 달라지겠구나-


운전을 하면 가끔 도로 위에 30 / 50 / 70 이렇게 숫자가 크게 쓰여 있거든요.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시속 30만큼, 터널을 지날 때는 50 정도로... 서울 시내에서는 안전 속도를 5030이라고 보는데요, 가끔 70만큼 가라고 되어 있는 국도들도 종종 있어요. 물론 고속도로에서는 더 빠르게 달려도 되고, 그래야만 하는 구간들도 있죠.


예전에 미국에 갔을 때 알게 된 재밌는 사실 중 하나는, 정해진 '규정 속도'가 따로 없고 다른 차들의 흐름에 맞춰서 가야 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는 거였어요. 나만 너무 빨라서도, 너무 느려서도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참 신기하죠? (미국의 모든 지역이 그런 건지, 제가 간 곳이 그랬는지,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요!)



한국은 '빨리빨리'가 하나의 문화라고도 하잖아요. 서울이나 수도권에 산다면, 그리고 '빠르게 로켓 성장하기'가 미덕처럼 받아들여지는 스타트업 문화에 익숙하다면 더더욱이 '나의 속도' 혹은 '우리 팀의 속도'에 저절로 민감해질 수밖에 없죠.


그런데 '어디서' 그 속도로 달리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속도 그 자체에 매몰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나는 굉장히 느리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지금 달리고 있는 도로에서는 그 속도면 적당한 것일 수도 있고, 때로는 내가 올라탄 도로나 특정 구간이 빠르게 달려야만 하는 곳일 수도 있는데도요.


많은 사람들이 성장의 속도나 방향성에 대해서 이야기하죠. 더 빨리 성장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조바심을 느끼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나만의 커리어 방향성은 어디일까 고민하곤 해요. 목적지도 중요하고, 규정 속도도 잘 따라야 하지만 내가 지금 가고 있는 그 길에서 적당한 속도는 얼마일까? 나는 그 속도로 가고 있나? 가고 있지 못하다면 왜인가? 목적지로 향하는 다른 길로 가야 하나?를 점검해볼 필요도 있을 것 같아요.



운전에 비유했지만 커리어 고민에서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구독자 님의 생각은 어떠세요? 지금 어떤 목적지를 향해 얼마의 속도로 달리고 계신가요? 그리고 그 속도가 지금의 위치에서 적당한 속도라고 생각이 드시나요?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뉴스레터 피드백] 게시물 또는 다음 주 스여일삶 인스타그램에 올라갈 에세이 게시물에 댓글로 의견을 남겨주세요. 다른 구독자 분들과 이야기를 이어가 볼게요.


참, 지난주 뉴스레터 에세이에서 이야기한 '그래서 기준이 뭐예요?'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댓글이 달렸어요.


기본적으로 '힘들어도 할 수 있다'라는 걸 내 디폴트 값으로 잡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위기가 왔을 때 받아들이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죠. 그걸 얼마큼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느냐, 서로 공감해주느냐에 따라서도 위기를 극복할 방법도 차이가 나고요.


seo0h님의 댓글을 보면서 튜브를 끼고 물 위에 둥둥 떠있지만 서로 손을 잡고 파도가 칠 때마다 함께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이 상상되기도 하네요. 아무튼 지금처럼 '서로에게 든든한 튜브'가 되어주며 계속 나아가시기를 응원할게요!


그럼 구독자 님, 무더위와 코로나 모두 조심하시고요, 건강한 모습으로 다음 주에 또 봬요!

- 7개월째, 여전히 '임산부'의 속도에 적응 중인 지영킹 드림





 에세이는 매주 금요일 퇴근 시간에 발행되는 스여일삶 뉴스레터에 실린 내용입니다.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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