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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이스와 줄리 Feb 26. 2021

'귀여운 생명체'에 대한 고찰

"언니!! 집에 저런 귀여운 존재가 있다니!!!!"


얼마 전, 오랜만에 카톡을 나누던 후배가 아이 사진을 보고난 후 내게 했던 말이다. 그렇다. 우리집엔 '귀여운 생명체'가 살고 있다. 오늘은 그 생명체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한다.


아침에 퉁퉁 부은 얼굴! 라면 한사발 먹고 잔 사람 마냥 아침에 일어나면 두 눈이 퉁퉁 부어있다. 아무래도 10-11시간씩 자다보니 많이 붓는 것 같다. 부은 눈으로 배시시 웃을 때면 매일 아침 보는 모습인데도 너무 귀엽고 웃기다. 



멀리서 다가오는 젖병을 보고 미리 입을 쩌억 벌리고 있을 때도 참 귀엽다. 아기새처럼 작은 입을 벌리고 두 손은 젖병을 잡으려고 바둥바둥- 150일 평생 분유만 먹었으면서 가끔 아주 지독한 방귀 냄새를 풍길 때가 있다. 그럴 때도 웃음이 터진다. 남편도 "아니 맨날 같은 우유만 먹는데 왤케 지독한거야"라고 말하며 같이 키득거린다.


내가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라디오 음악 소리에 들썩일 때 아이가 그 모습을 보고 깔깔깔 웃곤 한다. 정반대로 가끔은 '엄마 그건 좀 과하잖아...'라는 표정으로 날 쳐다볼 때도 있다. 뭐가 됐든 너무 귀엽다. 사람들이 머리 한 번 밀었냐고 물어볼 정도로 짦은 밤톨머리도 사랑스럽다.  


오동통한 손도 귀엽고 뒤집기 되집기를 연이어 하다가 지쳐서 멍때리며 드러누워 있을 때도 웃기고 귀엽다. 눈이 마주쳤을 때 씨익 웃기라도 하면 육아의 힘듦이 사르르 녹는 것만 같고 새근새근 잠든 모습은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약수터 아저씨처럼 하품을 '으어어어어어~~'하고 소리내며 할 때도, 손목이 사라져버린 소시지 같은 팔뚝도, 혼자 까딱까딱 발을 흔들며 리듬을 탈 때도, 우리가 먹는 모습을 보며 침을 질질 흘릴 때도, 시옷(ㅅ)자 입모양을 하며 울 때도... 귀여운 것 투성이다.


매순간 사랑스럽지 않은 순간이 없다. 하루하루 조금씩 커가며 어제보다 오늘 더, 큰 기쁨을 주는 존재임을 실감한다. 아마 아이를 키워본 분들이라면 이런 마음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은 상투적인 표현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살면서 한 번도 써본 적도, 써볼 일도 없는 표현이었는데 아이를 낳고 나서 어떤 말인지 이해하게 되었다. 


가끔은 아이를 재우고 나서 육퇴를 즐기다 갑자기 아이가 너무 보고 싶을 때가 있다.(물론 아이를 다시 깨우는 일은 절대 하지 않지만ㅎㅎ) 그럴 때마다 꾹 참고 내일 더 행복하고 재밌게 놀아줘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친구가 아이를 낳고 나서 오락실에 있는 총쏘기 게임을 못하겠더라는 말을 우스갯소리처럼 한 적이 있다. 아마 그만큼 사람의 존재 하나하나가 소중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이를 통해 새삼 모든 이들의 유일함을 느낀다. 


사랑해, 아가야! 내일은 더 행복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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