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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Feb 19. 2024

미국 법조계의 네트워킹이란

나무를 심자.

미국 로스쿨에 입학하기 전부터 "네트워킹이 중요하다"라는 말을 들었고, 로스쿨에 입학해서도, 졸업하고 나서도, 심지어 현재에도 네트워킹이 중요하다는 말을 쉴 새 없이 듣고 있다. 물론 그때는 단순히 많이 들어서 '중요한 건가 보다'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에서야 네트워킹의 본질과 그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게 됐다.


다른 직종도 마찬가지겠지만, 무엇보다 법조계에서 네트워킹이 중요한 이유는 법조계의 보수성과 법률 업무의 특성에서 오는 불확실성에 기인한다.


일단 법조계는 보수적이다. 법이라는 체계, 특히 영미법체계는 아주 오래전부터 유지되는 일반법(common law) 개념을 성문화한 것이다. 로스쿨 1학년 때부터 판례법을 공부하는 이유는, 미국법의 근간을 이루는 판례를 해석하고 이를 적용하는 법률적 사고방식(legal mind)을 이해하기 위함이다. 그러다 보니 변호사들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사고방식을 고수하게 된다.


보수적이라는 것은 정치적인 보수/진보를 얘기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 말은 이미 검증된, 확실한 방법이나 인재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재 채용은 그 어떤 업무보다 불확실성이 큰 영역이다. 특히 미국처럼 전 세계의 다양한 인종과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섞여사는 곳은 더더욱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처럼 정형화된 공채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서류상으로는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고 해도, 그 사람의 성격이나 업무 스타일까지 파악할 수는 없다. 아무리 면접을 여러 번 진행한다고 마찬가지다.


여기서 바로 네트워킹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네트워킹이라는 것은 "나"라는 존재가 잠재적인 고용주에게 불확실성의 위험요소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낮춰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학연이나, 지연, 인맥이 취업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넓게 보면 네트워킹이라는 것은 잠재적 고용주, 혹은 잠재적 고용주를 소개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미리 만들어 놓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로스쿨 학생들에게 네트워킹을 설명할 때, 밭에 씨를 뿌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 씨를 많이 뿌려 놓으면 언젠가 씨가 싹을 틔워 새싹이 되고, 모종이 되고, 나무가 되어 결실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씨가 발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는 가급적이면 여러 종류의 씨앗을 다양하게 심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나중에 내가 어떤 나무에서 어떤 열매를 수확하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선 말이다.


더불어 나무를 키우기 위해서는 꾸준히 물과 영양소를 공급해야 한다. 네트워킹도 마찬가지다.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한두 번 물을 줬다고 해서 바로 씨앗이 나무로 변하진 않는다.


네트워킹의 최종 목표는 내가 원하는 잡을 구하는 것이다. 물론 네트워킹이 없이도 내가 원하는 포지션을 얻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우선, 네트워킹을 하지 않으면, 내가 어떤 잡을 원하는지 알기가 쉽지 않고, 내가 원하는 채용 공고가 나왔을 때, 네트워킹을 하지 않은 경우 네트워킹을 한 사람에 비해 인터뷰 기회를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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