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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Jan 14. 2024

이직을 위한 정보 수집 인터뷰

Informational Interview

예전부터 내 포스팅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나는 재택근무의 열렬한 팬이다. (안 그런 사람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단독 개업 변호사 시절에도 법원에서 재판이 있을 경우나 의뢰인을 만날 때를 제외하곤 거의 집에서만 일했고, 코로나 기간에 정부에서 근무를 시작할 때도 주 4일~5일 재택근무를 하면서 큰 만족을 했다.

그러던 재택근무 혜택이 올해부터 대폭 축소되었다.


우리 기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정부 부처들이 올해부터는 주 최소 3회 출근이 의무화되었고, 재택근무 가능한 요일도 월요일과 금요일로 제한됐다. 결국 화, 수, 목요일은 꼼짝없이 출근을 하게 됐다. 


인생에서 가장 아까운 시간이 출퇴근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조금이나마 출퇴근이 가까운 기관으로 이직을 하려고 작년 가을부터 마음먹고 있었다. 사실 현재 일하는 사무실의 동료 및 상사나 업무량에 대해서는 완전히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여유 있게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의 마음가짐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정보 수집을 위한 인터뷰 즉, informational interview를 많이 하고 있는데, 저번 주는 어쩌다 보니 세 명하고 인터뷰를 하게 됐다. 한 명은 전 직장 동료 Y, 또 한 명은 법무팀 고위 간부(SES level) K, 나머지는 몇 년 전에 네트워킹 이벤트에 만났던 T 변호사이다. 공교롭게 세 명이 모두 같은 부(department)에 속해 있었다! 물론 내가 현재 가장 관심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첫 번째로, 전 직장 동료 Y는 내 첫 정부 포지션에서 사수의 역할을 했던 분이다. 즉, 나를 거의 1년 가까이 트레이닝시켜주고, 일을 같이 진행했던 사람인만큼 애정이 각별했다. 솔직히 내가 첫 직장을 옮긴 이유도 Y가 떠나서 그랬던 것도 있다. 이 분은 해병대 군법무관 출신인데, 성격이 매우 시원시원하고 말이 걸쭉한 게(?) 거침이 없어서 가끔은 듣는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다. ㅎㅎ 한편, 말을 매우 조심조심히 하고, 생각을 잘 감추는 나와 반대의 성격이라 부러워하기도 한다.


아무튼 이 Y의 사무실에 채용 공고가 났고, 마침 집에서 10분 거리였다. 그래서 내가 이 포지션에 대해서 문의를 했더니 바로 통화를 하자는 문자가 왔다. 친절하게도 본인뿐만 아니라, 해당 사무실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는 신입 직원도 같이 데리고 와서 두 명의 관점에 경험에 대해서 들어볼 수 있었다. 설명을 듣고 나서는 결국 지원을 포기하기 되었지만, 어쨌든 미리 현직자들로부터 내부 사정을 자세히 들을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됐다.

두 번째는, 좀 높으신 분인 K였다. 솔직히 내 지인으로부터 이 분을 소개받았을 때, 사실 좀 부담되긴 했다. 한국으로 치면 차관급? 정도에 해당하는 높으신 분이라 과연 얼마나 도움 되는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왜냐면 이분과 거의 동급이신 분이 우리 사무실 법무팀 최고임원인데, 그분과 미팅을 하려면 비서와 얘기해서 최소 한두 달 전 미리 약속을 잡아야 30분 정도 간신히 얻을 수 있을 만큼 바쁜 분이었기 때문이다 ㅋㅋ 


그런데 놀랍게도 이분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높은 직책으로 초고속 승진하신 분이라 그런지, 그다지 권위적이지도 않고 친절하게 거의 한 시간 가까이 나에게 할애(?)를 해주셨다. 아마 내 2년간의 짧은 정부 커리어에서 SES(Senior Executive Service, 한국으로 치면 고위 공무원)와 얘기한 시간 중 가장 긴 시간이 아니었을까? ㅎㅎ 이 분이 재직하고 계신 부처의 전반적인 사정과 더불어, 커리어 및 인터뷰 조언까지 아낌없이 받을 수 있었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시간이었다.


세 번째는, 아주 예전에 개업 변호사 시절, 내가 정부구매 및 조달사업 관련 법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여기저기 관련 행사에 기웃거렸을 때 만났던 변호사 T이다. 약 3년 뒤에 내가 정부에서 해당 법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니 참 반가워했다. 이 분은 이 부처에서만 10년 넘게 일하면서 다양한 업무 부서에서 일을 해서 그런지 각 부서마다 장단점을 상세히 꿰고 계셨다. 게다가 우연인지, 하필 그분이 다음부터는 다른 부서로 옮기기 때문에, 현재 있는 곳에서 새로운 채용 공고가 곧 나올 테니, 관심 있으면 지원해 보라는 꿀팁까지 어쩌다 알게 됐다. 그런데 이곳은 집에서 거의 1시간 반이나 떨어져 있지만, 그래도 아직 일주일에 한 번 출근을 보장하고 있어서 살짝 고민이 되긴 한다.


아무튼 이 세 명과 얘기를 하고 난 뒤, 느낀 점은: 정부 변호사 네트워크는 생각보다 좁고 긴밀하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정보 공유나 도움을 요청하면 부서나 부처가 달라도 기꺼이 시간을 내어 아낌없는 이 도와준다는 것. 사실 정부에서 일하는 변호사들이 대부분 조금 더 나이스하고, 원만한 성격의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같은 부처라도 어느 법무팀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심지어는 같은 법 분야를 하더라도 어느 하위부서에 있느냐에 따라 팀 분위기나 커리어 발전 가능성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하긴 같은 삼성전자 같은 사기업이라도 무선사업부와 가전제품 사업부는 그 업무 스타일이나 구성원 성격이 꽤나 다를 것이다.


사실 예전에는 그냥 공무원이 되면, 그때부터 안정적이고 편안한 삶에 안주(?) 하며 은퇴할 때까지 유유자적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안에는 또 역시 사기업 못지않은 무한한 발전 가능성과 다양한 기회가 있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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