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해 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테니스 경기를 치르던 중 십자인대가 파열된 일이다. 단순히 운동을 하다가 다친 사건일 수도 있겠지만, 더 나아가 내 건강 및 신체 능력이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 계기였다. 30대 초~중반만 해도 건강에 대한 자신이 있었고, 부상이나 아픈 부분이 있어도 치료받고 조금만 신경 쓰면 최소한 현상 유지는 될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3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현상 유지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결국은 하강 곡선의 기울기를 최대한 완만하게 유지하는 데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나마 좋은 점은 내 신체가 보내는 메시지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이에 대해 조금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을 유지하는 것 자체에도 치열한 노력과 절제가 필요하다는 점도 깨달았다.
#2
내 건강뿐만 아니라, 와이프의 건강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한다. 와이프가 작년에 진급한 뒤로는 늘어난 업무 강도와 책임감으로 인해 예전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그래도 올해는 둘 다 90% 이상 재택근무를 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내가 보듬어 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내년부터는 주 3회 출근을 해야 해서 그게 불가능해졌다. 물론 와이프 스스로 극복해야 할 일이지만, 그래도 더 도움을 주지 못해서 아쉽다. 그래도 내년에 예정된 안식월(?)을 통해서 기운을 찾았으면 좋겠다!
#3
나도 올해 중순부터는 기관 내 부서 이동을 통해서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됐다. 확실히 이전 업무보다는 업무량이나 스트레스가 적었다. 물론 보스의 업무 스타일도 나랑 더 잘 맞아서, 결과적으로는 부서 이동 하기를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고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포지션은 승진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다음 급수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타 부서나 타 기관으로 이직을 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일반 공무원(비 전문직)들은 GS-13에서 은퇴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나는 직급을 계속 올리며 성장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어차피 공무원은 어딜 가나 동일한 직업적 안정성과 베네핏을 누리기 때문에,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성장의 기회와 업무의 만족성이다.
2024년은 예상컨대, 참 어수선하고 정신없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어느 신문에서 읽었는데, 2024년은 전 세계적으로 주요 국가에서 큰 선거가 모여 있는, "선거의 슈퍼볼"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미국 대선이 있고, 대선의 결과에 따라 현재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우크라이나 전쟁, 이-팔 분쟁, 중국-대만 긴장 상태의 판도가 크게 바뀔 수도 있다.
한편 걱정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것이다. 아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사람들 간의 교류가 뜸해지며, 자신과 정치적·종교적·철학적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토론할 기회도 많이 줄어들어, 세상은 점차 자신과 다른 생각과 가치관들 덜 용인하고 이해하려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이는 단순히 자신과 반대되는 사람들에 대한 태도뿐만 아니라, 모든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 10년 전만 해도, 내가 모르는 타인을 마주하게 될 경우 '이 사람은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 사람은 나에게 해를 끼치거나 속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을지도 몰라'라는 경계심이 디폴트가 되어버린 나 자신을 깨달았다. (그런데 아마 이건 내가 세상을 풍파를 겪으며 생겨난 방어 기제일지도 모른다ㅋㅋ)
아무튼, 이를 바탕으로 오는 2024년의 희망과 목표를 적어보자면,
첫째, 무릎 재활을 성공적으로 마쳐서 테니스 및 기타 스포츠에 성공적으로 복귀하고, 부상 없이 건강한 심신을 유지하는 것.
둘째, 바쁜 와이프를 더욱더 잘 내조하여, 가정에 평화가 지속되도록 유지하는 것.
셋째, 현재의 안정감과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고, 컴포트 존을 벗어나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주저 없이 뛰어들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것.
넷째, 타인에 대해 조금 더 관대하고, 나와 다른 관점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용인할 수 있는 여유로움을 가질 것.
제 구독자 여러분들은 올해를 마무리하며 어떤 생각을 했고, 내년에는 어떤 다짐을 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