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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Dec 24. 2023

연방대법원의 손에 달린 2024 미국 대통령 선거

2024년 미국 대통령은 연방대법관들이 결정하게 될 수도?

2023년 12월 현재 미 연방대법관들. 윗 줄 맨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바렛, 고서치, 캐버너, 잭슨, 케이건, 알리토, 로버츠, 토마스, 소토마요르. (출처: 연방대법원)


내년(2024)에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는 이미 바이든 대 트럼프로 굳어지는 가운데, 트럼프의 대통령 선거 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콜로라도 주 대법원이 트럼프의 대통령 후보 자격을 박탈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측은 무조건 연방 대법원에 항고할 예정이기 때문에, 결국 트럼프의 대선 출마 가능성은 연방 대법원의 손에 달려있다.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은 2021년 1월 6일,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을 인증하기 위해 상하원 의원들이 국회의사당에 모인 날로 되돌아간다. 그때까지도 선거에서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은 트럼프는 자신들의 지지자들에게 '승리를 도둑 당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그들을 국회의사당으로 모이게 하여 선거 결과를 뒤집도록 선동했다.


이 과정에서 국회의사당 경비대와 시위대가 충돌하여 여러 명이 사망하였고, 당시에 국회의원들은 시위대를 피해 피신하는 등 국가비상사태에 가까운 상황이 발생하였고, 이는 민주당 공화당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의 근거는 연방 수정헌법 14조 3항에 있다. 


"미 합중국의 의원이나 대통령 및 부통령의 선거인, 혹은 미합중국이나 어느 주에서의 민간 또는 군사적 직위를 맡을 자격이 없는 자는 다음과 같다: 미합중국의 의회의 구성원, 미합중국의 장관, 어느 주의 입법부 구성원, 혹은 어느 주의 행정 또는 사법 장관으로서 미합중국 헌법을 지지할 것을 선서한 자가 같은 헌법에 대하여 반란 또는 폭동에 가담하였거나, 또는 그 적에게 도움이나 위안을 제공한 경우이다. 그러나 의회는 각각의 의회에서 3분의 2의 표를 얻어 이러한 자격 상실을 해제할 수 있다."  


(No person shall be a Senator or Representative in Congress, or elector of President and Vice President, or hold any office, civil or military, under the United States, or under any State, who, having previously taken an oath, as a member of Congress, or as an officer of the United States, or as a member of any State legislature, or as an executive or judicial officer of any State, to support the Constitution of the United States, shall have engaged in insurrection or rebellion against the same, or given aid or comfort to the enemies thereof. But Congress may by a vote of two-thirds of each House, remove such disability.)


여러 가지 법적 쟁점이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office"라는 개념에 "President"가 포함되는지와 "engaged in insurrection or rebellion"(반란 또는 폭동에 가담함)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였다. 결과적으로 콜로라도 주 대법원은 office라는 개념이 President를 포함하며, 트럼프가 반란 또는 폭동에 가담했다는 판결을 내렸다.


물론 이 판결이 맞는지는 연방 대법원의 고명하신 대법관들이 결정할 일이지만, 내 의견을 공유하자면 다음과 같다: 트럼프는 반란 또는 폭동을 주도했기 때문에 대통령 후보가 될 자격이 없다. period.


문제는 과연 연방대법관들이 양심에 따라 그러한 판결을 할만한 용기가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 미국 연방 대법원은 9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존 로버츠 연방 대법원장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

-케탄지 잭슨 대법관

-사무엘 알리토 대법관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

-닐 고서치 대법관

-브렛 캐버너 대법관

-에이미 바렛 대법관


이 중 6명은 공화당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관이고, 그중 절반인 3명(고서치, 캐버너, 바렛)은 심지어 트럼프가 대통령 재직 시절 지명한 대법관들이다. 물론 트럼프가 지명한 대법관이라고 해서 반드시 트럼프의 손을 들어준다고 볼 순 없다. 대법관은 스스로의 양심에 따라 판결을 내리며, 이는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을 고유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화당 출신 대법관들이 진보적인 성향의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꽤나 빈번한다. 대표적인 예로, 공화당 대통령인 조지 W 부시가 지명한 로버츠 대법원장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민주당 대통령 오바마가 추진한 오바마케어에 대해서 합헌 결정을 내림으로서 5-4로 오바마케어가 유지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하기도 했다.


만약 대법관들이 상식과 논리에 따라 투표를 한다면 8-0 정도로 콜로라도 법원의 판결을 인용할 것이다. 9-0이 아닌 이유는 클래런스 토마스가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나온 것이다. 그의 부인은 열성적인 트럼프 지지자로 1월 6일 선동 구호를 페이스북에 퍼뜨린 전력이 있을 정도로 친 트럼프 성향을 숨기지 않았으며, 클래런스 토마스 본인도 공화당 지지자들로부터 수백만 불의 향응을 대접받았기 때문에 그의 중립성이 크게 의심받는 상황이다.


내가 그나마 조금이라도 희망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대부분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이 텍스트 주의자(textualist)이기 때문이다. 텍스트 주의자는 쉽게 말하면 특정 법 조항을 해석할 경우, 법률의 원래 의도나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기보다는, 말 그대로 텍스트에 있는 단어와 문장 구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텍스트 주의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트럼프가 법적으로 수정헌법 14조, 3항의 금지 조항을 벗어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은 동시에 연방 대법원의 권한을 제한적이라고 보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는 위와 마찬가지로 로버츠 대법원장인데, 그는 법관의 역할을 야구의 심판처럼 볼과 스트라이크를 구별하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본인의 판결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지 않는 편을 선호한다. 그런 점에서 연방 대법원이 트럼프의 대통령 후보 자격을 박탈하게 된다면, 트럼프 이외에 경쟁력 있는 공화당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바이든의 재선에 레드 카펫을 깔아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로버츠 대법원장의 성향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는 트럼프의 대통령 후보 자격을 인정하여 선택을 대중에게 맡기는 방향을 선호할 것이다. 캐버너 대법관도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예상컨대, 연방 대법원 내부에서는 이미 이러한 논의가 수도 없이 이뤄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은 자신의 텍스트 주의와 제한주의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하게 될지 큰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예상을 하자면, 연방 대법원은 5-4 정도로 트럼프의 손을 들어줄 것이고, 결국 최종 결정은 국민들이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내 예상이 틀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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