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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Dec 10. 2023

전방십자인대 파열 - 6개월 후

올해 6월 초 테니스 대회 중 전방십자인대(ACL, Anterior Cruciate Ligament)가 파열됐으니, 이제 거의 6개월이 지났다. 참고로 수술은 약 한 달 뒤인 6월 30일에 받았다. (수술 후기)


일단 재활은 차근차근 잘 진행 중이다. 아직 달리기는 무리지만, 그를 위한 준비를 조금씩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주로 한 발 스쿼트, 한 발 점프 등에 치중하고 있다.


부상을 예방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어차피 이미 벌어진 일인 이상 과거에 연연하기보다는 이를 통해 무엇을 깨닫고, 앞으로 어떻게 생각을 바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우선, 부상의 원인이 된 테니스는 재활이 끝나면 무조건 복귀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제는 테니스를 조금 더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고민해 본 결과 부상의 원인은 결국 승부욕이었다. 승부욕은 승리를 위해서 내가 가진 한계나 단점을 극복할 수 있게 해 주지만, 그만큼 내가 부상을 입을 위험도 높아진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나는 남들에 비해서 승부욕이 높은 편이고, 덕분에 테니스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나름대로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 승부욕의 근원은 어린 시절의 열등감 혹은 낮은 자존감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거기에 오는 쾌감에 집착했다. 아마도 내가 남들보다 우월하다(혹은 열등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테니스를 가급적이면 더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테니스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도전에 자극받아 나 스스로를 단련시켜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즐기기 때문이다. 즉, 내가 누군가를 만나 경기에서 패배하면, 그 내용을 분석하여 부족한 점을 파악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연습과 단련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 그 상대를 다시 만났을 때 복수하는 쾌감이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나보다 강한 상대와 도전을 찾아다녀야 했다. 그래야 나의 한계를 극한으로 끌어올림으로써 약점을 노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국 이러한 접근 방식은 지속성(sustainability)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계속 부상을 당하다간, 아예 테니스 자체를 접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테니스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승패에 대한 집착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더라도, 예전보다 몸에 무리가 덜 가는 방향으로 플레이 스타일을 바꿀 생각이다. 예를 들어, 서브 앤 발리와 공격적인 네트 플레이를 지양하고, 조금 더 포인트를 차근차근 만들어 갈 생각이다. 이를 위해서는 베이스라인에서의 침착성과 일관성을 갖출 예정이다.


한편, 테니스를 같이 즐기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더 집중할 것이다. 테니스를 쉬면서 사람들과의 교류가 많이 줄었는데, 한동안 그 단절감을 견디기가 힘들었다. 그동안 테니스의 즐거움의 대부분은 승리하는 데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람들과 만나서 교류하는 것에도 적잖은 비중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운동에 대한 편식을 줄여야겠다. 그동안 테니스에만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부상을 방지하기 위한 웨이트나 코어 운동에 소홀했다. 게다가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게 어떤 운동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도 부족했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부상 방지에 대해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깨달았다. 앞으로는 이를 바탕으로 조금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이상 큰 부상을 입지 않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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