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테니스를 치다가 전방십자인대(ACL)가 파열되었고 (관련 글), 지난 6월 30일 금요일에 전방십자인대 수술을 마치고 이제 3일차가 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관련된 정보 공유도 할 겸, 내 감상을 정리하고자 한다.
1. 시술 방법 및 의사 선택 - BEAR Implant
내 블로그를 오래전부터 구독한 독자들은 알겠지만, 2019년에도 테니스를 치다가 아킬레스건 파열을 겪은 적이 있어서 수술을 받았다. 당시에 내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가 딱히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엔 동일한 의사에게 먼저 상담을 받았다. 이 의사는 자가(autograft) 햄스트링(hamstring)을 이용한 재건술을 추천했으며, 자신은 슬개골(patella)나 대퇴근(quad) 인대를 활용한 ACL 재건술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 이 말을 듣고 2차 의견(second opinion)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내가 나름 조사를 했을 때 자가 햄스트링을 사용하면 회복도 오래 걸리고, 나중에 햄스트링이 약화될 수 있으며, 햄스트링건이 다른 두 부위보다 약해서 재파열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자가나 타가건 이식이 아닌, BEAR라는 새로운 방식의 ACL 치료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Bridge-Enhanced ACL Repair의 약자로 끊어진 ACL 사이에 소에서 추출한 콜라겐 덩어리(bovine-derived collagen tissue)를 환자 피에 적셔서 파열된 ACL 사이에 묶어 놓으면, ACL이 이를 흡수하면서 스스로 파손된 부위를 회복한다는 원리였다. 관련 동영상.
이 시술 방법은 비교적 최근인 2020년 12월에 FDA로부터 정식으로 허가를 받은 방법으로 현재 미국에서만 시술이 가능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해당 시술을 하는 의사가 주변에 있는지 찾아보니 다행히도 집에서 멀지 않은 거리(Alexandria, VA)에 한 명 있어서, 바로 예약을 했다. 의사를 만나서 엑스레이를 찍고 부상 직후 찍은 MRI 결과를 보고 나니, 의사가 거의 확실히 BEAR 시술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을 했다. (참고로 BEAR 시술을 위해서는 끊어진 ACL 하부에 충분한 stump 가 남아 있어야 한다고 했다)
2. 비용
미국은 보험에 따라 수술 비용의 편차가 심한데, 다행히도 내가 가입한 공무원 보험은 사기업 보험에 비해서 수술 및 상담에 따른 자가 비용 부담이 적은 편이었다. 현재까지 수술 및 진단으로 지불한 비용은
-MRI 촬영비: $100
-병원 방문 copay: $40
-진료비: $238
-수술실 이용료: $150
-수술비: $200
총 728불을 지출했다. 물론 앞으로 재활 등이 남아 있어서 비용은 늘어날 예정이지만, 진단 및 수술 비용으로만 놓고 봤을 때 이 정도면 한국하고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저렴한 것 같다. (물론 미국은 한국과 달리 수술 당일 입원 당일 퇴원이라 더 저렴한 것일 수도 있다) 그 외 수술 이후 먹을 각종 항생제와 진통제를 총 4개(ibuprofen, amoxcillin, oxycodone, aspirin) 처방받았는데, 다 합쳐서 총 20불 약간 넘었던 것 같다.
그 외에 수술 후 차는 보조기는 보험으로 전액 커버됐고, 선택 사항인 얼음 펌프 마사지 머신을 250불로 구매했으니, 총 비용은 약 1천불 내외가 된 것 같다.
3. 입원 기간
사실 입원 기간이라고 할 것도 없는 게, 수술 당일 입원 당일 퇴원이었다. 수술이 오후 1시로 예정되어 있어서, 12시까지 도착해서 간단한 서류 작성을 하고, 수술을 끝난 뒤 병원을 나섰을 때가 오후 5시를 살짝 넘긴 시점이었으니, 모든 과정이 약 5시간 조금 안 걸린 셈이다. 실제 수술은 1시간 내외였고, 나머지는 마취 준비 및 마취 후 회복 시간이었다.
4. 회복
수술 자체는 전신마취로 진행되었고, 수술 직전에 무통주사(nerve blocker)를 허벅지에 맞아서, 수술 직후에는 별다른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다만, 수술 전까지 금식을 하다가 수술 직전에 미리 진통제와 항생제를 먹으라고 해서 먹었는데, 빈속에 약을 먹어서 저녁 내내 속이 뒤집어져서 고생하긴 했다.
무통주사의 위력 덕분인지 잠도 안 깨고 최소 6시간은 쭉 잘 수 있었다. 다만, 수술 다음날 오후부터 무통주사의 효과가 사라지면서 수술 부위에 통증이 시작됐다. 이부프로펜으로 효과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옥시코돈을 먹으니, 그제야 통증이 좀 사라지기 시작했다. 옥시코돈 지속기간이 4시간이라고 했는데, 기가 막히게도 3시간 30분쯤 되면 통증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해서 다시 약을 먹을 때가 됐음을 알게 됐다. 수술 다음날 저녁에 잠들기 전까지는 옥시코돈을 4시간마다 하나씩 먹고(자기 직전에는 심지어 하나로도 안돼서 두 알을 먹었다) 통증을 견뎌냈다.
수술 후 이틀이 지난 아침에는 신기하게 무릎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 수술 후유증인지 약간의 열이 있는 것을 제외하곤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다. 이제는 조금씩 움직이면서 무릎 회복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운이 좋은 것인진 모르겠지만, 미국은 화요일 7월 4일이 독립 기념일로 공휴일이다. 나는 6월 30일 금요일에 수술을 했고, 월요일과 수요일 병가를 냈으니, 수술 후 약 5일 동안 쉴 수 있게 됐다. 물론 병가가 끝나도 당분간은 목발 없이 걷기 되기까지 약 한 달 동안은 재택근무를 허락받았으니, 아마 회사 출근은 8월이나 돼야 가능할 것 같다.
전방십자인대 수술은 재활 운동이 더 힘들고 어렵다고 했으니, 앞으로 더 각오를 더 단단히 할 예정이다. 종종 거기에 관해서도 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