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에 테니스 단체전 경기를 하다가 전방십자인대(ACL)가 파열됐다. 2019년 아킬레스건 파열을 겪은 뒤, 약 4년 만의 큰 부상이다.
사실 부상을 당하기 전에는 전방십자인대가 뭐 하는 것인지도 몰랐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전방십자인대가 무릎의 좌우 움직임 및 뒤틀림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말을 반대로 하면 무릎에 필요 이상의 뒤틀림이 가해지는 경우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경우에도 백핸드 발리로 포치를 하려다가 오른발을 잘못 디디며 무릎 각도가 안쪽으로 꺾이자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됐다.
예전에 아킬레스건 파열을 한 번 겪어봐서 그런지, 이번에는 생각보다 덤덤하게 십자인대 파열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물론 테니스를 최소 6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즐기지 못한다는 점은 확실히 아쉽지만, 성공적으로 재활을 마치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렇게 좌절스럽지만은 않다.
아킬레스건 파열은 전화위복이 되어 내 테니스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그전까지 내 강점은 어떤 공이든 쫓아가서 넘길 수 있는 끈질김과 스피드였는데, 아킬레스건 파열 이후 내 움직임이 예전만 할 수 없을 것임을 깨닫고 서브에 보다 집중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킥 서브를 연마해서 그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한동안 테니스를 쉬면서 근력을 전반적으로 발달시켜볼 예정이다. 결국 나이가 들면서 크고 잦은 부상이 생기는 것은, 근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사실 최근에 킥 서브를 자주 사용하면서 팔꿈치와 삼두근에 좀 무리가 가긴 했는데, 이번 기회에 관련된 팔 근육을 좀 더 강화하는 기회로 활용할 예정이다.
하체도 빼놓을 수 없다. 왼쪽 아킬레스건이 파열된 이후 왼쪽 종아리 근육이 꽤 소실돼서 오른쪽 종아리 근육과 눈에 띌 정도의 차이가 있었는데, 이번에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손되었으니 왼쪽 다리의 근육을 제대로 단련해서 양쪽 다리의 근육 차이를 최소한으로 줄여볼 예정이다. 한편, 왼쪽 십자인대가 다치지 않도록 미리 강화 및 유연성 훈련을 추가할 생각이다.
다행히 업무적으로도 타이밍이 나쁘지 않다. 새 부서에서 일을 시작하기 직전에 부상을 당해서 그런지 병가로 인한 업무 공백이 크지 않았고, 다행히 부서장도 너그럽게 내가 회복할 때까지 풀타임 재택근무를 허락해 줬다.
테니스를 즐기지 못해서 생기는 무료함은 일본어 공부로 채울 예정이다. 10년 전 로스쿨에 오기 전 한국에서 JLPT N3를 취득했는데, 미국에서는 일본어 공부를 거의 하지 못했다. 언젠가 N2를 따겠다고 다짐했는데, 이제서야 다시 마음을 잡게 됐다. 미국에서는 JLPT 시험이 1년에 한 번(12월)에 치러진다고 하니, 넉넉하게 내년 12월 N2 합격을 목표로 공부해 볼 생각이다.
물론, 무엇보다 현재 가장 큰 목표는 전방십자인대 재건수술 및 재활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이다. 서두르거나 무리하지 않은 채 차근차근 인내심을 갖고 진행해 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