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포스팅에서 이미 부서 이동이 확정된 것 같았지만, 사실 그때는 임시 오퍼(TJO, Tentative Job Offer)를 받은 것일 뿐, 최종 오퍼(FO, Firm Offer)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아무튼 임시 오퍼를 받고선 주야장천 기다리다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소식이 없어서 혹시나 싶어 HR에 follow-up 이메일을 보냈는데, 새 부서의 보스한테 답장이 왔다. 그 말인즉, 조만간 곧 최종 오퍼가 나올 것이며, 시작일은 6월 첫 pay period (미국은 월급을 두 번에 나눠서 2주에 한 번씩 받는데, 그 2주간의 기간을 하나의 pay period로 간주한다)의 시작인 6월 5일이라고 한다.
최종 오퍼를 수락하자마자 현 보스한테 이메일을 보냈다. 다행히 예전에 보스하고 상담할 때, 내가 새 부서 오퍼를 수락할 의향이 있음을 미리 얘기해서 그런지 담담하게 이를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이때가 업무 시작일을 불과 10일 정도 남겨놓은 시점이었다.
하지만 남은 기간 동안 내가 기존에 하던 업무를 인수인계해야 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번거로웠다. 무엇보다 내가 거의 처음부터 도맡아 하던 큰 소송건의 디스커버리 제출 기간이 도래함에 따라 그걸 마무리하려고 업무 마지막 날도 빡빡하게 열 일을 해야 했다. 진짜 작년에 업무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어리바리 할 때, 너무나 큰 사건을 담당하면서 처음 해보는 e-디스커버리 하느라 엄청 헤매고 고생했는데, 이제서야 손에 좀 익었다 싶을 때 떠나게 되니 약간 아쉬움은 있었다.
지난주 출근한 날(우리 기관은 아직도 주 1회 사무실 출근이다) 내 직속상관과 팀리더, 그리고 패러리걸하고 조촐하게 환송 기념 점심을 같이 했다. 위치는 근무하는 곳 근처에 위치한 골프 코스의 클럽 하우스. 드라이빙 레인지가 내려다보이는 야외 테라스에서 식사를 했는데, 평일 낮 점심시간이라 얼마 안 되는 골퍼들 중에서 한국 사람이 여럿 보여서 신기했다. ('저 사람들은 뭐 하는 사람들일까?')
아무튼 그렇게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돌아왔는데, 뭔가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워서 그날 출근한 동료 변호사들과 기념으로 사진을 찍자고 제안했다. ㅋㅋ 그래서 나온 결과물이 바로...
아무튼 사진도 찍고, 작별 인사도 한 뒤(물론 며칠 더 재택근무하면서 업무상 얘기를 했지만) 사무실을 정리했다. 팬데믹 기간에 업무를 처음 시작하면서 사무실에서 일한 기간보다 집에서 일한 기간이 훨씬 많아서 그런지, 사무실에 별다른 개인 용품을 가져오지 않아 짐이 거의 없었다.
그렇게 현 부서에서의 마지막 출근을 마치고, 금요일까지 집에서 재택근무를 했다. 금요일 오후에 간신히 대부분의 업무를 마무리 짓고, 마지막으로 그동안 내가 자문해 주던 기관 내부 의뢰인들에게 내가 새로운 부서로 이동한다는 소식을 전체 이메일로 보내고 로그아웃을 했다.
솔직히 미국 직장에서 눈물의 송별식 같은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부서 이동 과정을 거치면서 느낀 점 중에 하나는 미국 사람들이 참 쿨하다는 것이다. 좋은 말로는 뒤끝이나 잡음이 없이 깔끔하다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처럼 끈끈한 동료애(?) 같은 건 잘 없는 것 같다. 아니면 그냥 변호사들이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1년 남짓 한 시간 밖에 같이 근무하지 않았고, 그나마도 거의 대부분을 재택근무로 보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이렇게 한 직장(혹은 보기에 따라 부서)을 정리하고, 새 업무를 시작하게 되니 작년에 처음 취직했을 때의 기분이 든다. 너무 잦은 이직은 이력 관리에 독이 될 순 있겠지만, 이렇게 종종 새로운 업무를 기대하면서 느끼는 설렘은 언제 느껴도 기분 좋은 감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