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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Jul 06. 2023

앞으로 어떤 커리어를 선택할 것인가?

현재까지 걸어온 길.

2015년 5월: 로스쿨 졸업

2015년~2017년: 로클럭(1.5년)

2017년~2018년: 국선 변호인 사무실(1년)

2018년~2022년: 개업 변호사 활동(4년)

2022년 3월~현재: 연방정부 소속 변호사(1년+)


주요 마일스톤.

2025년 3월: GS-13, Step 4 (3년)

2025년 8월: 변호사 경력 10년 차


해결해야 할 질문들.

1. 현재 다루는 법 분야를 지속할 것인가?

2. 어떤 법 실무를 다룰 것인가?

3. 어떤 근무 환경(practice setting)에서 일을 할 것인가?


--

1. 어느 법 분야를 선택할 것인가?

변호사에게 있어서 법 분야는 의사에게 전공만큼이나 중요하다. 왜냐면 어떤 법 분야를 다루느냐에 따라 해당 변호사의 실무나 근무 환경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법원에서 근무할 때는 딱히 정해진 법 분야가 없이 법 실무(legal research and writing)에 집중하는 시기였다. 굳이 법 분야를 따지자면, 연방 민·형사절차법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이것도 절차법이라서 실체법(subtantive law) 법 분야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법원 근무 이후에서는 형사법을 주로 다뤘다. 형사법 분야에도 재판 단계가 있고 항소 단계(appellate)가 있는데, 나는 100% 재판 단계에서만 있었다. 이 경우, 주요 실무는 의뢰인 상담 및 관리, 법정 변론, 증인 신문, 사실관계 조사, 재판 실무 등을 하게 된다.


연방 공무원이 된 이후에는 소위 Government Contracts라고 불리는 정부계약법 혹은 공공조달법 분야를 다루고 있다. 이 분야는 대부분의 정부 관련 업무가 그러하듯 자문과 소송이 공존하는 곳이다.


일단 현재 몸담고 있는 법 분야를 딱히 벗어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현재까지는 법 자체가 내게 흥미로운 분야이기도 하고, 앞으로도 전망이 좋은 편이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거주하고 있는 워싱턴 디시 지역은 관련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의 수요가 특히 높고, 정부가 망하지 않는 한 경기에 상관없이 살아남을 수 있는 분야이다. 게다가 미국 정부 혹은 군대가 주둔하는 지역이면, 세계 어디든지 수요가 있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한국에서도 전문성을 살려서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아래에서 다루겠지만, Government Contracts 내에서도 다양한 법 실무를 선택할 수 있으며, 근무환경도 정부, 사기업, 로펌 모두 가능하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특화된 법 분야이기 때문에, 일단 발을 들이면 다른 분야로 바꾸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이 법 분야 전체를 마스터하기보단, 그 안에서도 또 세부적으로 실무 분야(acquisition, claims, bid protest, etc.)나 산업 분야(defense, healthcare, banking, etc.)가 나눠지는데, 지나치게 특화된 분야에만 집중할 경우, 정부 정책 기조나 시장의 구조 변화에 따라 업무가 줄어들 수 있다.


만약 Government Contracts에서 세부 실무 분야나 산업 분야를 고르자면, 실무 영역에서는 acquisition/procurement 자문 혹은 fraud investigation/enforcement을 하고 싶다. 아마 조금 더 나아가면 fraud prosecution 정도? 물론 이 경우에는 DOJ로 직장을 옮겨야 할 것이다. (물론 기회 되면 언젠가 DOJ에서 일해보는 것도 꿈이다) 산업 분야는 방위산업과 항공 우주 분야에 관심이 많다. 그런 점에서 NASA도 내 꿈의 직장 중 하나이다.


2. 어떤 법 실무를 다룰 것인가?

일단 어떤 법 실무를 다루고 싶지 않은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확신이 있다. 그것은 바로 민사 소송이다. 작년에 시작했던 첫 정부 잡에서 증거 개시를 실컷 하고 나니 민사 소송이 나와 별로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형사 소송은 아직 더 해보고 싶긴 하다. 형사 소송은 그래도 민사보다는 증거 개시의 범위가 제한되어 있고, 한 개인의 헌법적 권리와 절차적 정당성을 다루다 보니 대부분 금전적인 부분을 다투는 민사보다 더 의미가 와닿는다.


자문(advise & counsel)의 경우에는 내 적성에 맞는 편이다. 특히 Government Contracts의 경우 기관 내 의뢰인들(주로 contracting officer 혹은 contract specialist)에게 자문하는 일이 흥미롭기도 하고, 보람도 있었다. 물론 이 부분은 의뢰인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업무 강도나 스트레스가 달라지기 때문에, 아무래도 운이 어느 정도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이 부분은 근무환경에 따라 선호도가 크게 달라질 것 같다. 정부에서 일하는 자문 역할은 아무래도 부담이 덜 하겠지만, 로펌에서 근무한다면 의뢰인으로부터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해보고 싶은 업무 중에서는 수사(investigation 혹은 fact-finding)가 있다. 개업 변호사로 활동할 당시 형사 사건을 다루면서 재밌어했던 업무 중에 하나가 직접 사실 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증인과 면담을 하고, 사건 현장을 방문하고, 문서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내향성이라서 사람을 대하는 부분에서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있을 순 있겠지만,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호기심이 이를 극복할 것 같다.


3. 어떤 근무환경을 선택할 것인가?

근무 환경은 크게 정부, 사기업(인하우스), 로펌으로 나눌 수 있는데, 현재까지는 정부가 가장 내 성격과 정석에 맞는 것 같다. 안정성, 삶과 일의 균형, 공공분야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이 그 이유다. 물론 정부도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우선 급여가 다른 두 부문에 비해서 월등히 떨어지고, 다른 업무 환경에 비해 발전의 기회가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차가 적다는 것도 아쉽긴 하다. (1~3년 차 13일, 3~15년 차 20일, 15년 차 이상 26일)


그런데 사실 현재로서는 급여에 불만이 없다. 아마 더 많은 연봉을 원한다면 그것은 더 큰 집과 더 좋은 차를 사거나, 혹은 더 자주 여행을 가기 위한 것인데, 굳이 개인 시간을 희생하면서까지 이러한 물질적인 목표를 추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사기업으로 간다면, 그것은 더 많은 연차와 다양한 관점을 경험해 보기 위함일 것이다. (연차의 경우, 매년 한국에 있는 부모님을 뵙기 위해 3주간 휴가 + 우리 부부만의 휴가 연 1~2주)


다양한 관점을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공무원 생활이 길어지면, 관료주의적 사고가 굳어지면서 실제 업계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과 큰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업무를 하든지 간에,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관점을 겪어보는 것이 큰 그림을 익히고, 해당 업무를 깊이 있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민사소송 절차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고의 관점, 피고의 관점, 판사의 관점, 의뢰인의 관점을 모두 겪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현재 몸담고 있는 정부계약법 분야의 사기업에서도 근무함으로써 내 경험의 지평을 넓히고 싶다. 특히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미국에서 내로라하는 방위산업체의 본사가 다수 위치해 있다. 내 커리어의 종착점이 어디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이러한 기업들의 인하우스 변호사로서 일해보는 것도 관점의 다양성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로펌이 있다. 사실 이미 주변을 통해서 나 책을 통해서, 로펌의 근무 형태가 나하고는 더 이상 맞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많은 급료를 받는 대신 내 시간에 대한 통제권을 로펌에게 반납해야 한다"라는 개념이 나에게는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펌에 대해 완전히 "미련 없다"라고 할 순 없는 이유가, 바로 로펌 경력을 쌓으면 내가 원하는 다른 업무에 대한 접근이 더 수월해질 순 있기 때문이다. 당장 내가 위에서 목표로 삼은 DOJ나 방위산업체 인하우스 포지션은 상당수가 대형 로펌에서 관련 업무를 다뤄본 사람들로 채워져있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내 스스로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시험해 보고 싶은 것도 있다. 지금 삶이 안락하고 편안할지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나는 지루함보다는 차라리 성장의 고통을 택하는 쪽이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사람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무엇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아니고, 도전해 보고 싶었던 것을 끝내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였다. 그런 점에서 과연 내 변호사 커리어의 끝자락에서, 로펌 변호사로 일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있을까? 아직 그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 그럴 가능성이 크다.


사실 위의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다. 애초에 이 포스팅을 시작한 이유는 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고, 내 생각을 정리함과 동시에 내 고민의 흔적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함으로써 나중에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함이다. 어차피 인생이란 하루아침에 '내 인생에 이런 일이 생길 수가 있나?'라고 할 정도로 시시각각 예상 불가능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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