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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Jul 27. 2023

부상의 의미

감사함, 삶에 대한 의지, 피드백


벌써 전방십자인대 수술을 마친 뒤 4주가 되어간다. 약 한 달간 보조기를 차고 목발을 짚고 다니다가 문득 '부상의 의미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 결과 부상이라는 것은 무엇보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감사해할 줄 몰랐는지를 깨닫게 해줬다.


당분간 목발을 짚지 않으면 한 발짝도 떼지 못하는 생활을 하다 보니, 창밖을 볼 때 지나가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하지만, 그중 아무도 '내가 걸을 수 있어서 감사하고 다행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몇 주 뒤 목발 없이 걷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왠지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감사하게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걷는 행위 자체는 누구나 일상적으로,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겠지만, 나같이 부상당한 사람이나 거동이 어려운 장애인들은 그것을 매일 갈구하고 있다는 점.


마찬가지로 내가 부상을 당하고 다니, 주변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생각하고 아껴주는지 깨닫게 됐다. 내 가족, 직장 상사, 친구들, 심지어는 낯선 이웃 주민들까지도 많은 관심과 배려를 받고 있다. 내가 가진 인간관계를 당연하게 여기곤 했는데, 부상 이후로 이들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깨닫게 됐다.


또한 부상은 삶에 대한 강한 욕구의 의지를 북돋아 줬다. 그렇다고 내가 원래 삶의 의지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부상을 겪고 나니 재활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생겨서 더 인생을 의욕적이고 적극적으로 살 수 있게 됐다. 그냥 정상으로의 회귀를 위한 목표지만, 매일 조금씩 내가 더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 거라는 희망이 나를 이끌고 있다.


마지막으로 부상은 피드백이다. 그동안 내가 즐기고 좋아하던 테니스를 즐기는 방식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됐다. 모든 부상은 결국 다 원인이 있었고, 그 원인(들)이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누적된 결과였다. 10대 후반부터 20년 넘게 테니스를 쳤지만, 이제는 정말 정신 차려서 몸을 제대로 관리하고 보존하지 않으면 테니스를 오래 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생겼다.


예전에는 부상 방지를 위해 막연하게만 웨이트나 유연성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실제 부상을 당해보니 조금 더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부상 방지 운동의 필요성을 깨닫게 됐다. 이게 부상을 당하고 나서야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게 조금 아쉽지만, 이제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부상 없는 테니스를 즐기기 위해 더 노력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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