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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May 12. 2024

변호사의 페르소나

명상을 통해 다스리는 나의 에뮤

내 MBTI는 ISTJ, 그중에서도 대문자 T이다. 변호사에게는 썩 어울리는 성격 유형인 것 같기도 한데, 인간관계에서는 그렇게 막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특히 나는 주 2회 재택근무를 하는데, 한창 업무에 집중하다가 잠깐 와이프와 대화를 한 다든지하면 나도 모르게 변호사의 페르소나가 등장해 약간 냉소적이고 차가운 성격이 된다. (참고로 와이프는 극 F다)


원래 변호사 업무라는 것이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진 않나' 혹은 '저 사람이 하는 주장이 과연 논리적으로 타당한 것인가'와 같이 일단 남을 의심하고, 어떤 상황을 예측할 때도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다 보니까,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assumption이 무엇인지, 이 사람이 어떤 논리적 오류를 저지르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물론 와이프는 이런 내 성향을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나의 상태를 지칭하는 용어까지 만들었다. 바로 "단호박." 내가 좀 피곤하거나 혹은 업무모드에 있을 때 말을 걸면 내 반응이 단호박이라고 한다. ㅋㅋ 아니면 업무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다른 일에 관심을 쏟을 여유가 없거나 할 때 나한테 말을 걸면 내가 마치 날지 못하는 새 "에뮤(emu)"가 사람을 쪼기 위해서 고개를 홱홱 돌리는듯한 모습이라고 한다.


대략 이런 모습이릴까? (사진 출처: https://www.ktoo.org)

나도 이런 나 자신의 모습을 어느 정도 알고 있기에, 가급적이면 업무 중이나 일과가 끝난 직후에는 되도록 와이프에게 상처되는 말을 하지 않도록 자제하고 있다. 보통 1~2시간 혹은 간단한 운동을 하고 나면 다시 원래 성격대로 돌아오곤 한다.


돌이켜보면 로스쿨 다닐 때 친구들끼리 서로 '로스쿨 사람들과는 데이트도 안 할 거고, 변호사 하고도 결혼하지 않을 거다'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는데,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왠지 집안에 변호사가 두 명이면 서로 끊임없이 논쟁을 하지 않을까? 물론 서로의 업무를 이해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겠지만, 글쎄... 가정의 화목에는 크게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 중에 변호사 부부가 있으시다면 의견 부탁드립니다 ㅋㅋ)


아무튼 이렇게 업무 외적인 부분에서 나의 변호사 모드가 발동하는 것을 자제하기 위해서, 한 동안 쉬었던 명상을 다시 시작했다. 최근에 장인·장모님의 미국 방문 등 여러 가지 일이 겹치는 바람에 명상을 못해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주변 환경이나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나도 모르게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생각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만 경험상 명상을 자주 하면 외부의 자극에 조금 덜 민감해지고, 마음의 평안을 더 유지할 수 있었다. 굳이 법조계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혹시라도 친한 연인이나 부부 관계에서 상대방에 대한 비판적이거나 부정적인 생각이 반복된다면 명상을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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