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을 살면서 누군가가 죽는 광경을 눈앞에서 목격하거나, 혹은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경험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전자의 사건이 발생한다면 엄청난 불운일 것이고, 후자의 사건이 발생했다면 그것은 엄청난 우연과 운, 혹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용기가 관여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것을 일상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파라메딕(paramedic, 응급구조사)이라고 부른다.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총알이 빗발치고 사방에서 포탄이 폭발하는 전쟁터에서 부상병을 치료하고 구조하는 의무병을 메딕(medic)이라고 하는데, 파라메딕은 우리의 일상에서 활동하는 메딕이다. 얼핏 따분하고 안전해 보이는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사고"라는 존재는 눈 깜짝할 사이에 우리 일상을 전쟁보다 지독하고 끔찍한 상황으로 바꿀 수 있기에, 파라메딕은 민간인들의 메딕인 셈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준일 님은 나의 블로그 이웃이기도 하다. 정확히 어떻게 연을 맺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 분의 새 글이 피드에 올라오면 무조건 첫 글자부터 마지막 마침표까지 빼놓지 않고 정독할 정도로 내가 애독하는 블로거(지금은 작가)이다.
그래서 그동안 블로그에 쓰셨던 내용을 책으로 출판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한국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서점에 들러서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던 터에 리디북스에서 전자책으로도 구매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망설임 없이 바로 결제했다.
내가 준일 님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글에서 느껴지는 인간적인 따뜻함과 vulnerability 때문이다. 왠지 나는 그런 글들을 쓸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접근도 할 수 없을 만큼 참혹하고 역겨운 상황에서도 담담하게 자신의 맡은 바 사명을 다하면서도, 그 상황에서 인간이기에 느낄 수밖에 없는 감정(주로 연민, 불안, 분노, 좌절 등)을 솔직하게 글로 공유한다는 것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놀라울 정도로 그러한 감정선을 세밀하고 정확하게 서술함으로써, 마치 내가 현장에서 파라메딕으로 일하고 있는 것 같은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Vulnerability라는 개념은 한국어로 정확하게 번역할 자신이 없어서 그대로 썼지만, 쉽게 말하면 취약함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인들은(나 포함) vulnerability를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이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반대로 vulnerability를 드러내는 사람은 자존감이 높다. 나의 약점을 드러내더라도 그것이 해가 되지 않음을 알고 있고, 오히려 타인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점에서 준일 님을 존경한다. 한국 사람들은 아무래도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다 보니 자신의 부끄럽거나 힘들었던 과거나 생각을 잘 드러내지 않는데, 준일 님은 블로그를 통해, 책을 통해, 당신의 약하고 힘들었던 시절을 감추려 혹은 미화하려고 하지 않으셨다. 사실 어떻게 보면 그만한 용기가 있기에 캐나다에서 파라메딕이라는 어려운 일을 할 수 있기 않을까 생각된다. 말 그대로 히어로(hero)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분이다.
이 책을 다음과 같은 분들께 추천한다.
내 인생이 반복적이라 지루하다는 분
북미(미국/캐나다) 이민 및 유학을 준비하는 분
내 인생에 불행이 가득하다고 믿는 분
삶의 의미에 대해서 고민해 보고 싶은 분
인생에서 용기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분
리디북스 링크
김준일 작가님의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kimjoonil
(*참고로 이 글을 쓰는 데 있어서 작가 님이나 출판사 등으로부터 어떠한 요청이나 제안, 금전적·비 금전적 혜택을 받은 바 없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