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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Nov 12. 2024

더 이상 미국 로스쿨 유학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Feat. 트럼프

2024년 11월 5일을 기점으로 저는 더 이상 그 누구에게도 미국 로스쿨 유학을 추천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 이유는 예상하셨듯이 트럼프의 재선 때문입니다. 트럼프의 재선으로 인해 제가 그동안 염려하고 있던 가능성들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1. 미국의 법치 민주주의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선거를 통한 평화적 권력 이양에 불복하여 내란을 선동하고, 성 추문 소식을 막기 위해 장부를 조작한 혐의로 34개의 중범죄에 대한 유죄 판결을 받고, 자신의 캠페인 직원들이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을 조사하는 특검을 방해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는데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그만큼 다수의 미국인들은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 혹은 경제적 이익에만 부합한다면 도덕적, 법적 흠결이 있는 사람도 자신의 지도자로 선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대통령뿐만 아니라, 주지사, 상하원 의원, 심지어 지방의원직에도 트럼프와 같은 극단적 선동주의자들이 득세할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당연히 공공의 이익보다는 사적인 이익을 위해 일할 것이고, 이들을 견제하기 위한 법적 안전장치는 점차 그 힘이 약화될 것입니다.


법은 사회적 합의입니다. 그렇기에 구성원들 사이에서 법의 지배력 혹은 구속력에 대한 의문이 확산된다면, 법은 구성원들의 행동이나 사고를 강제하는 힘을 잃게 됩니다. 트럼프가 이미 한 번 시도했고, 모든 사람들이 이를 목격했으며,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를 묵인했으니, 앞으로 더 많은 사례가 나올 것입니다. 그래도 된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줬으니까요.


트럼프가 임기를 마치더라도 크게 변하는 것 없을 것입니다. 중요한 건 사람들의 마음이니까요. 트럼프는 이제 제2, 제3의 트럼프가 나오기 전 최초의 신호탄일 뿐입니다. 아니, 심지어 의회와 대법원까지 공화당이 장악한 이상, 트럼프는 개헌을 통해 푸틴이나 시진핑과 같은 독재체제 혹은 김정은과 같은 세습정권의 기반을 닦으려 할 수도 있겠죠. 그쯤 되면 미국의 헌법정신과 민주주의는 허상에 불과하겠죠.


A republic, if you can keep it. 

벤저민 프랭클린이 미국 헌법 제정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중에 한 시민이 "우리는 군주제(monarchy) 혹은 민주 공화제(republic) 중 어떤 국가를 가지게 되나요?"라고 물었을 때의 답변입니다.


과연 미국인들은 민주 공화제를 지킬 수 있을까요? 트럼프 2기 집권으로 인해, 그 저울의 바늘은 "아니다"쪽으로 한 칸 기울었습니다.



2. 유학생으로 미국에 정착하기는 갈수록 힘들어질 것입니다.


트럼프가 선거운동 내내 강조했던 공약 중에 하나는 반이민 정책이었습니다. 심지어 히틀러 같은 파시스트들이 쓸법한 표현인 "이민자들이 미국의 피를 흐리고(poison) 있다"라고 하지 않나, "이민자들이 지역 주민의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고 있다"라는 헛소문도 대통령 후보 토론 중에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정도죠.


합법적 이민은 괜찮지 않을까?


합법적 이민도 반이민 정책의 흐름을 피해 갈 순 없을 것입니다. 트럼프는 이미 대통령 초임 시절에도 헌법에 명시된 "선천적 시민권"을 제한하려는 시도를 했었고, 2기 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 이유는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자녀를 낳고, 그 자녀가 취득한 선천적 시민권을 통해 부모들의 체류 신분을 해결하는 "앵커 베이비(anchor baby)"를 없애겠다는 것이죠. 그 기저에는 합법적 시민권자가 가족을 초청하는 이민제도에도 불만이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렇듯 전반적인 반이민 정서가 심해질수록, 합법 이민의 기회도 좁아지고 그 과정도 더 험난해질 예정입니다. 취업비자도 비슷한 과정을 겪게 되겠죠. 


F-1 학생비자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어차피 유학생들은 교육기관들의 돈줄이니까요. 다만 그 유학생들이 졸업하고, 미국에 취업을 하려고 할 때는 180도 다른 대우를 기대해야겠죠. 현재에도 취업비자를 얻는 게 로또라고 할 정도로 쉽지 않은데, 미국 우선주의가 강화되면 그 기준과 난이도는 더욱 올라갈 것입니다. 특히 STEM이 아닌, 로스쿨 유학은 더 큰 위험부담을 떠안게 됩니다.



3. 소수 인종에 대한 차별은 더욱 대담하고 일상화될 것입니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 중에 현직 부통령이자 대통령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 외에 트럼프가 했던 인종차별적 발언은 셀 수 없을 정도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종차별만큼 큰 사회갈등의 요소가 없기 때문에, 교육받은 미국인들은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나 행동을 하지 않도록 매우 주의하는 편입니다. (물론, 그 사람들이 인종차별적인 "생각"을 안 하느냐는 또 별개의 문제겠죠) 실제로 특정 행동이나 발언이 인종차별적인 아니더라도, 인종차별이라는 구설수나 논란에 오르는 것 자체가 사회적 신분 혹은 경제적 이득 면에서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그런데 트럼프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대놓고 함으로써, 미디어의 관심을 유도하고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이로써 사람들은 트럼프같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더라도 괜찮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앞서 법치주의 상실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사람들이 예전에는 인종차별적이라고 생각됐던 표현을 이제는 마음 놓고 하게 될 것이며, 그에 따르는 불이익이나 비난은 더 적어질 것입니다.


이미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 불과 하루 만인 11월 6일, 미 전역의 불특정 흑인들을 대상으로 "당신은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목화를 수확하도록 선발되었다"라는 인종차별적 문자가 발송된 것은 절대로 우연이 아닙니다. 


2020년 코로나 사태 때 기억나십니까? 트럼프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차이니스 바이러스"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졸지에 미국에 사는 아시아계 사람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퍼뜨린 주범이 되어버렸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 범죄가 급상승한 것은 트럼프의 이와 같은 발언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저는 앞으로 최소 트럼프 임기 4년간 미국 로스쿨 유학을 그 누구에게도 추천하지 않을 것이며, 그에 관련된 유학 상담도 진행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만약 미국 로스쿨 유학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제가 위에 말씀드린 내용들을 바탕으로 충분히 숙고하시고 결정하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그럴 가능성은 아주 낮지만, 만약 마음이 바뀐다면 그에 관련된 포스팅으로 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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