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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란 무엇인가

미묘한 어감 차이에서 오는 변호사 역할의 차이

by 김정균 미국변호사

커리어가 무르익어 감에 따라 '변호사의 역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물론 계속해왔던 고민이지만, 시기에 따라 그 생각이 달라졌던 것 같다.


·로스쿨에 입학하기 전: 돈 잘 벌고, 사회에서 인정받는 전문직(일반적 고정관념)

·로스쿨 재학 중: 자격증 있는 일 빡세게 하는 직장인(feat. 로펌 변호사)

·초임~주니어 변호사: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공인(판검사와 함께 일하다 보니...)

·개업 변호사 시절: 의뢰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리인 & 시간을 파는 노동자

·정부/공무원 변호사(현재): 어려운 결정을 도와주는 조언자 & 문제 해결사.


변호사를 칭하는 영어로는 lawyer, attorney, counsel, associate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각각의 의미와 어감이 다르긴 하다.


현재 직함은 Assistant Counsel. Assistant가 들어가는 이유는, 우리 법무실 최고 변호사의 직함이 Counsel이기 때문에, 그 밑에 있는 우리는 Assistant 혹은 Associate Counsel인 것이다. Counsel이란 건 결국 상담인데, 실질적으로 그 역할이 맞는 거 같다 ㅋ 왜냐면 엄격히 따지면 법률적인 일이 아닌데도, 변호사가 검토를 마치면 뭔가 legitimate 한 절차를 거친 것처럼 되기 때문이다. (속된 말로 "legal blessing" ㅋㅋㅋ)


Lawyer는 굳이 번역하면 "법률가"정도로 해석할 것 같다. 그냥 법을 아는 사람. Attorney와의 차이점을 굳이 꼽자면, Attorney는 의뢰인을(주로 법원에서) 대리할 수 있는 사람을 얘기하는 것이다. 즉, 대리인(legal representative)의 뜻이다. 변호사들이 스스로를 칭할 때 가장 흔하게 쓰는 표현이 Attorney이다. (일반인들에게 조금 더 쉽게 다가가려면 Lawyer라고 하기도 한다. 왠지 Lawyer가 더 친숙한 표현이라 그런 것 같다)

참고로 Counsel과 비슷한 Counselor라는 표현도 있는데, 주로 법원에서 판사가 변호사들을 부를 때 쓰인다. Counsel이 조금 더 일반적인데, Counselor는 약간 더 고풍적이고 전통적인 느낌? 젊은 판사들은 그냥 Mr. XX라고 하는 경우도 흔하다.


Associate (한글로는 흔히 어쏘 변호사)는 대부분 로펌에 소속된 월급쟁이 변호사들을 부르는 표현이다. 로펌 어쏘들은 파트너 입장에서 쉽게 부려먹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어쏘"라는 단어에는 뭔가 서글픈 아련함이 살짝 느껴진다. 시적으로 표현하자면 파트너라는 나비가 되기 위에 고군분투하는 애벌레라고나 할까. 아 참고로 로펌에는 Of counsel이란 호칭도 있다. 보통 변호사로서의 능력은 아주 뛰어나지만, 파트너가 될 정도의 수임 능력이나 성격이 되지 않는, 혹은 그 길을 포기한 시니어 변호사를 지칭하는데,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전문가 포스를 가졌다.


갑자기 왜 이런 글을 쓰게 됐느냐?


정확히는 모르겠다. 그냥 평소에 '변호사의 본질적인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왜냐면 그 대답이 따라 어떤 조언을 할지, 어디까지 내가 참견할 것인지에 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혹시 조금 더 나아가, '과연 변호사는 AI로 대체될 것인가'라는 현실적이면서 동시에 형이상학적인 질문과도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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