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무더위를 날려줬던 유일무이한 영화
류승완 감독의 신작 <베테랑>은 최고의 배우들과 함께 하는 통쾌하고 유쾌하면서 현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해 주는 영화였다. 광역수사대 형사 서도철(황정민)과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와의 이야기를 그려낸 이 영화는 올여름을 가장 시원하게 해 준 영화임에 틀림없다. 감독의 전작 <부당 거래>와 많이 맞닿아있는 듯한 이 영화는 류승완 감독하면 빠질 수 없는 액션에 적재적소에 위치한 유머러스함을 보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듯한 그의 연출력을 볼 수 있다. 베테랑은 오락성과 메시지를 모두 거머쥠으로써 부당 거래 보다는 더 상업적인 영화가 인 것 같다.
조태오의 등장으로 인해서 굉장히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현 사회의 문제점들을 영화는 민망할 정도로 자극적이게 보여준다. 이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M&M 전 대표 최철원 사건이다. 실제 그 사건의 이야기와 영화 속에서의 비슷한 부분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조태오의 도를 넘어서는 극악무도한 행동들을 보면 과연 그가 '죄'라는 것을 이해하긴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그는 무마되는 것들에 대한, 자신의 덮여지는 죄들에 대해 익숙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제아무리 돈 많고 든든한 빽을 가진 재벌 3세 조태오가 사는 세상이라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죄를 짓기에 있어서 한계는 죗값을 받아야만 하는 것일 텐데, 사실 영화를 보면서 결국 이 이야기가 돈과 권력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끝이 나진 않을까 기우를 하기도 했다. 영화 제목이 결말을 잘 말해주고 있는데도.
이 더러운 사회 속에서 정의를 실현하려는 유일한 인물(팀)인 서도철(광역수사대)은 비이성적인 조대오에 비하면 꽤나 이성적으로 행동한다. 영화의 막바지에 나오는 명동 한복판에서 맞붙게 되는 장면에서 악을 악으로 되받아치지 않고 카메라를 확인하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렇게 영화는 정의를 위해 맞서 싸워야 하는 베테랑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재벌과 형사의 싸움이라면 영화에서 보여주는 결말이 비현실적일 수 있지만 베테랑은 정의를 구현시킴으로써 관객들에게 통쾌함을 안겨준다. 영화 속 서도철이 오 팀장(오달수)에게 죽지 않는다며 쫄지 말라고 하는 대목이 있는데 감독은 불합리한 것들에 대응해도 죽지 않으니 쫄지 않아도 된다는 용기를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비현실적인 것들의 현실화만큼 희열이 느껴지는 것도 없지 않을까.
황정민의 애드립들(명대사가 되어버린 "이 새끼 싸움 존나 잘해"라던가, 벗은 양말 냄새를 맡는 행동)과 직접 제안했다던 러시아 외제차 범죄 조직단을 추격하는 장면에서의 춤추는 장면들은 배우로서의 베테랑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모습들인 것 같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서도철 역에 황정민을 염두에 두고 작업했다고 하니 더 자연스럽게 다가왔던 것 같다. 연기에 있어서 베테랑들과 함께 했던 이 영화는 'TEAM'이라는 체계를 통해서 수사를 해 나가는 것을 속 시원하게 보여준다. 연기에 첫 발을 내디딘 장윤주는 미스봉의 역할을 잘 소화해 냈다고 생각한다. 다소 어색한 부분들이 있긴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니 이번 연기가 좋은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베테랑들만이 할 수 있는 행동들이 디테일하게 보이니 더 재미있었고, 류승완 감독의 특기인 액션을 정두홍 무술 감독과 함께 유머러스하게 짠 것도 굉장히 좋았다. 대중성만을 추구하지 않고 다소 불편한 진실들을 잘 표현해 낼 줄 아는 류승완 감독은 우리에게 단순한 영화 관람 그 이상의 것들을 가져다준다.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었던 이 영화는 전작 <베를린>에서의 개인적인 아쉬움을 충분히 달랠 수 있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