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숨기는 일은 내게 너무도 어려운 일이면서도 매우 익숙한 일이고, 그에 따른 표정 또한 蕪와 같이 만드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 속에서 수많은 오해가 생겨 말도 안 되는 여지를 만들기도 하고, 귀한 여지를 없애기도 한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나면 우린 결국 맞닿지 못할 거라는 걸 안다. 다시금 곁을 비워내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면서도 반복하는 이유를 굳이 정의하고 싶진 않다. 마음이 마음을 더럽히고, 그럼에도 다시금 마음이 마음을 씻기는 일이 반복되면서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것들에 애틋함을 가진다. 그리움의 대상은 내 의도와 다르게 쌓여만 가고, 그 대상들은 그 이상의 힘을 가지지 못한다는 걸 너무 잘 알기에 저릿한 마음을 몰래 숨기게 된다. 조금만 더 가까이, 그러니 조금만 더 가까이. 소리 없는 이 간절함이 너를 향해 몇 발자국이나 걸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