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밤

by STAYTRUE

여름밤, 덥진 않아 비가 오거든 그것도 좀 많이 바람도 부는 게 내가 꽤 좋아하는 날씨야 그래서 내 방 큰 창문을 열어두었어 바람 때문에 빗방울이 내 나신 위로 달려들지만 나쁘지 않아 사실 그걸 좋아하는가 봐 침대에서 내려온 난 큰 이불 하나를 몸에 둘러 감아 담배 한 개비와 라이터 하나를 들고 창문 앞으로 가 봄비란 이름이 적힌 라이터 너와 자주 가던 술집 이름이야 담배에 불을 붙이고 창문 밖으로 라이터를 던졌어 시원하지도 찝찝하지도 않은 기분 담배를 한 모금 마시고 네 생각을 하기 시작해 그러는 새 털어내지 못한 담배 재가 창틀 위에 축축이 쓰러졌어 더는 태울 수 없을 만큼 조금 남은 담배를 그 잿 더미 위에 비벼 끄고는 한참을 서 있었어 왜 좀처럼 네 생각은 끊이지가 않는 걸까 밀려오는 파도를 막을 수 없는 것처럼 내게 네 생각도 그런 걸까 얼마나 많은 생각을 써버려야 너는 사라질까 몸을 덮고 있던 이불을 바닥에 펼쳐놓고 주섬주섬 옷을 입었어 그리고 아래층으로 뛰어가 던진 라이터를 주워왔어 전화를 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또 억눌러 그리고 그 마음을 짓밟아 아파도 하는 수 없어 이게 내 방식이야 그리곤 또 바람 불며 비 오는 날을 기다리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