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강명, <5년 만에 신혼여행> 필사 中
경제학에 수확체감의 법칙이라고 있잖아. 처음에는 생산요소 어느 하나를 투입하면 그만큼 수확이 늘지만,
충분히 투입한 상태에서는 생산요소를 투입한다고 그만큼 수확이 늘지 않는다는 법칙이지.
- 그런 게 있었나?
예를 들어 과수원에 비료를 뿌려. 비료를 전혀 안뿌렸을 때보다 1kg을 뿌리면 열매가 그만큼 많이 열리겠지?
하지만 비료를 10kg을 뿌린 상태에서 1kg을 더 뿌리면 별 차이가 안 나.
그리고 똑같은 과수원을 그냥 사람 없이 방치하다가 농부 한 사람이 들어가서
잡초도 뽑아주고 벌레도 잡아주면 열매도 그만큼 많이 거둘 수 있겠지?
하지만 이미 농부 열 사람이 그 과수원에서 일할 때는 거기에 한 사람이 더 추가된다고 그렇게 수확이 늘어나지 않아.
그러니까 비료도, 사람도, 양쪽 다 어느 정도 적정선까지는 투입하는 게 경제적이야.
어느 하나만으로 과수원을 운영하겠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지.
농부를 한 명도 안 쓰면서 비료량을 100톤 쓸 걸 110톤으로 늘리느니,
그러지 말고 비료량을 오히려 줄이면서 일꾼을 고용하는 게 나아.
그게 소출을 늘리는 데 훨씬 도움이 되지.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
비료는 하나도 안 쓰면서 농부를 100명 고용하고
그걸 또 110명으로 늘리느니, 사람을 주리고 비료를 뿌리는게 나아.
우리 행복도 마찬가지 아닐까?
행복을 얻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생산요소가 한 종류가 아니라 여러 종류인 거지.
거기에는 성숙한 인격도 필요하고, 돈도 필요해, 그리고 거기에도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동해서,
그런 요소 중 어느 것 하나만 잔뜩 넣는다고 해서 쉽게 행복감이 높아지지는 않는 거야.
물질적인 방면으로는 전혀 노력을 들이지 않고 정신력으로만 행복을 성취하겠다고 하면
사명대사 수준으로 도를 닦아야 해. 반대로 정신적인 노력 없이 물질적인 비용만으로 행복을 얻는 것도,
그러려면 패리스 힐튼급으로 돈이 많아야 할 걸?
그런데 행복해지기 위해서 그렇게 까지 부자가 되어야 할까?
선글라스가 없을 때, 옆에서 매니저가 '여기 선글라스 있습니다' 라면서 재빨리 내주는 것도 좋지만
그런 정도는 정신력으로 커버하면 되지. 개인 매니저는 너무 비싸잖아.
- 그런 밸런스를 찾기 어렵지가 않을까?
내 생각에는 그런 밸런스 찾기 쉬워. 어느 정도의 절제력과
현재 가치로 1억 5천만 원 정도의 연봉이면 누릴 수 있을 거 같아.
- 1억 5천만원을 위해 달려야겠군
정신도 중요하고 물질도 중요하다. 그리고 또 하나 육체적 단련도 필요해.
그건 돈으로도 안 되고 정신으로도 안 돼. (...)
돈으로 사소하게 사서 해결할 수 있는 건 돈으로 해결하는 게 옳아.
일본 가고 싶은데 방에다 일본 그림 그려놓고 만족하는 것보다
그냥 일본 가는게 나아. 그게 훨씬 더 싸게 먹히는 거야.
그런데 아직은 건강은 돈으로 살 수 없으니 평소에 운동을 해야지.
그리고 정신력도 진짜 중요해. 이게 나의 행복 철학이야. 정신, 육체, 돈의 삼각형 이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