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랭 드 보통,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中 필사
여기(욥기)에서 하나님은
인간이 아는 바가 얼마나 적은 지를 설명한다.
연약하고 유한한 피조물인 인간이,
어찌 감히 하나님의 행동하는 방식을 이해할 수가 있겠는가?
그리고 인간의 무지를 고려해볼 때,
어찌 감히 인간이 '부당하다'거나 '불합리하다'는 단어를 쓸 수 있겠는가?
우주에는 인간이 적절하게 해석할 수 없는 비밀이 많으며,
따라서 인간은 자신의 결점투성이의 논리를
감히 우주에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
(...) 하나님은 회중에게 영원의 작동방식에 비하면
인간의 재난이란 얼마나 하잘것없는 것인가를 느끼게 함으로써,
이제는 욥도, 그리고 어쩌면 우리도
삶에서 일어나게 마련인 이해 불가능하고 도덕적으로 모호한 비극을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인간은 자기 운명을 자기가 결정할 수 있다고 상상했으며,
자연을 짓밟았으며, 지구의 리듬을 잊어버렸고, 죽음을 부정했고,
자신들의 손아귀를 빠져나가는 모든 것을 과대평가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존중하지 않게 되었으며,
급기야 현실의 날카로운 가장자리에 충돌하는 재난을 당하게 되었다.
(...) 과학이 우리에게 중요한 까닭은
우리가 세계의 일부분을 지배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가 '결코' 정통할 수 없는 것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 그런 다음에야(우주에 대한 경외심을 가진 다음에야)
우리의 좌절, 우리의 상심,
우리에게 전화하지 않은 사람을 향한 우리의 증오,
우리를 스쳐 지나간 기회에 대한 우리의 미련 같은 것들을
그런 우주의 이미지와 비교함으로써 우리는 위안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