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中 필사
<이국적이라는 말에 대한 단상>
왜 다른 나라에서 현관문 같은 사소한 것에 유혹을 느낄까?
왜 전차가 있고 사람들이 집에 커튼을 달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떤 장소에 사랑을 느낄까?
그런 사소한 [또 말 없는] 외국적인 요소들이
강렬한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 터무니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다른 삶에서도 비슷한 반응의 양식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우리는 사랑의 감정이 상대가 빵에 버터를 바르는 방식에
닻을 내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도 하고,
또 상대가 구두를 고르는 취향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기도 한다.
이런 자잘한 일에 영향을 받는다고 우리 자신을 비난하는 것은
세밀한 것들도 그 속에 풍부한 의미를 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것이다.
(...)
이국적이라는 말을 좀 더 일시적이고 사소한 맥락에서 생각한다면,
외국에서 만나는 장소의 매력은 새로움과 변화라는
단순한 관념으로부터 나온다.
예를 들어 고향에는 말이 있을 만한 곳에 낙타가 있다거나,
고향에는 기둥을 세운 아파트 건물이 있을 만한 곳에
장식이 없는 아파트 건물이 있다거나.
그러나 좀 더 심오한 기쁨도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외국의 요소들이 새롭기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이나 신조에 좀 더 충실하게 들어맞기 때문에
귀중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이것은 고향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것일 수도 있다.
(...)
우리가 외국에서 이국적이라고 여기는 것은
우리가 고향에서 갈망했으나 얻지 못한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