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212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참 어렵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좋은 교사가 되는 건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좋은 무엇이 된다는 말을 생각해보면,
'좋다'라는 기준이 그 주체에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좋은 교사는, 영향을 미치는 학생에게 그 기준점이 있고,
좋은 부모는 마찬가지로 그 자식에게 기준점이 있다.
여기서 또 애매한 것은 그 기준점이라는 말이 '학생과 자식이 원하는 대로 그대로 해준다.'는 의미가 전부는 아니라는 거다.
모든 학생들이 온전히 동의하는 좋은 교사란 없다.
역시 모든 자식들이 온전히 동의하는 좋은 부모란 없다.
(좀 더 쉽다는 말은 아니지만, 사실 부모는 적어도 제 자식들에게만 좋은 부모이면 될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의 원함과 필요함이 같지 않고 또 때에 따라 달라진다.
그 원함과 필요함을 적합한 시기에 맞춰 채워주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교사는 좋은 교사란 어떤 교사인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 부모 역시 마찬가지다. 좋은 교사나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정의하는 건 어렵지만, 나쁜 교사나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규정하는 건 쉬우니까. 다른 말로 하자면, (현실에 존재하는 지도 알 수 없는) 좋은 교사가 되기는 어렵지만, 나쁜 교사가 되는 것은 너무나도 쉽다. 좋은 교사는 한 가지 장점으로만 될 수 있는 게 아니지만, 나쁜 교사는 단 한 가지 단점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더 많다. 교사라는 직업이, 다른 사람 고려하지 않고 제 능력만 개발해 성과 내도 되는 직업이라면 이러한 고민의 무게가 조금 덜 할지도 모르겠다.
친구는 이런 내 고민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는 그 모습'을 보면 충분히 좋은 교사나, 부모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위로해줬다. 그 말을 계속 곱씹다 보니, '좋은 사람'에 대한 정의는 여전히 아리송하지만, 적어도 그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고민하는 그 모습이, 좋은 사람이 되는 최소한의 자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건 없다고 진짜 굳게 믿는 사람이라면 좋은 사람이 될 가능성은 이미 없어진 것과 같으니까 말이다. 물론 위에 말한 것처럼 가능성을 믿는 것과 그 가능성을 실현시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좋은 교사가 되고 싶다.
'좋은 교사'로 불리고 싶은 게 아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명예를 얻고 싶은 게 아니다. 그로 인해 많은 돈을 벌고 싶은 것도 아니다. 너무나도 순진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생각이고, 나아가 씹선비 같은 말과 허세일 지도 모르겠다. 같은 생각으로 고민하고 같은 열정을 말하던 사람들이 현실에 적셔져 가는 걸 보면서, 괜한 고집이고 집착이고 미련은 아닐까 의심했던 적도 많았다.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설수록 쉽지 않다는 게 보이고 들리고 느껴진다. 포기해야 할 이유는 많지만,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아니 그러기 싫다. 무슨 청개구리 같은 심본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 순간순간 잊어버릴 순 있어도 잃어버리고 싶지는 않다. 지금 하는 여러 준비들과 고민들이, 단지 어렵고 빡센 시험 하나 일순간에 통과하기 위한 임시방편들로 끝나버리지 않길 바란다. 이 고집의 연장선에서 결국 의미 있는 것들로 남아있길 바란다.
-161212
시험을 처음 시작하며 고민했던 것들은
다행히도?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예전에 끄적였을 때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원하는걸 잘해주는 게 좋은 교사는 아닐 것이고
개인적인 교육철학에 부합하는 교육활동만 하는 것 역시 좋은 교사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그 사이 어디 즈음 균형을 잡아야 하는 문제지만
시간이 지나고 환경이 바뀌면
그 균형점은 계속 바뀌어야만 한다.
결국 쉬지 않고 노력하는 교사가 좋은 교사일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려운 일이다. 좋은 교사가 된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