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병호 Dec 23. 2023

“서체 디자이너 중에 악필인 사람이 있나요?”

일에 대한 생각

“서체 디자이너 중에 악필인 사람이 있나요?”


오전엔 지자체 로고 디자인 회의를 했다. 어쩌다 붓펜을 꺼내게 되고 글씨를 써드리는데 점점 부서 전체 분들이 내게 빙 둘러모였다. “우리 가족 이름도 써주세요.” “행복하자, 건강하자. 써주세요.” 그러다 한 분이 “저, 저희 어머니에게 좀 써드리고 싶은데요..” 써드리며 “어머니가 좋아하시겠어요.” 했는데 울음을 터트리셨다.


또다른 로고 디자인 회의로 윗층 다른 부서에 갔는데 이번엔 내가 만든 로고 디자인 시안보다 즉석에서 붓펜으로 슥슥 쓰는 글씨에 “와!!”하시며 정말 좋아하셨다. 부서 팀장님이 이야기하셨다. “제가 평소 이렇게 감탄 잘 안하는데, 지금 쓴게 아니라 프린트 해오신 건 줄 알았다.” 라고 하시며 좋아하셨다. 그렇게 또 부서원 분들에게 글씨를 써드리고 나왔다.


오후엔 원장님과 점심을 먹고 UX/UI 디자인 부트캠프 KDT 1기 분들을 만나 서체 디자인, 로고 디자인에 대한 강의를 했다. 서체 디자이너 중에 악필인 사람이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그동안 서체 디자이너 중에 글씨도 잘 쓰고, 글자도 잘 그리고, 글꼴도 잘 만드는 사람이 1명 있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글도 잘 쓰셔서 칼럼이나 책도 내신다고 했다. 학력마저 좋은 학교라고 이야기하니 그분을 학생들이 검색을 하더라. 그리고는 다들 한 마디 한다. “와, 잘 생기셨다.” 그렇다. 그분은 천재에 외모까지 출중하다.


만화가 이현세 선생님은 그런 천재들을 만나면 길을 비켜드리라고 했다. 나도 그렇다. 천재 서체 디자이너들을 만나면 굳이 앞에서 얼쩡거리지 않는다. 냉큼 비켜드린다. 그냥 내 속도대로 걸어가는 것에만 집중한다. 쿵쿵. 나만의 의미있는 발자국을 남기며. (사진은 KDT 1기 분들이 오늘 쓰거나 그려본 스케치들)


작가의 이전글 신동엽 살아나다 다큐멘터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