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기행
영월군 문화관광과 이언 팀장님을 휴일인 한글날에도 불러냈다. 어라연을 직접 봐야겠다고 했다. 모니터로는 안 된다고, 물길의 속도와 바람의 결을 눈으로 봐야 좋은 글자를 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무릉도원면 ‘신선의 정원’, 쌍용마을 ‘다시 100년!’ 글씨 조각들도 보고, 요선암도 다녀왔다. 실제로 강물은 사진 속보다 훨씬 느렸다. 수천 년의 세월이 깎아 만든 바위는 부드럽게 반들거렸고, 그 위를 스치는 물빛은 마치 글씨의 획처럼 고요하게 이어졌다.
영월의 유명한 음식점인 사랑방식당, 27개의 모범 음식점들, 영월역의 표지판, 그리고 영월의 네 가지 대표 축제 글자를 하나하나 분석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리듬, 지역의 말투 같은 것을 글자에서 읽어내려 했다.
미세한 수정의 반복, 고루한 연구가 어느덧 2년째다. 그 사이 이언 팀장님은 살이 부쩍 빠지셨다. 이번에 3,000여 점의 작품 중 10% 안에 드는 K-Design Award 2025 상을 받고서야 그간의 미안함이 조금이나마 덜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