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기행
첫 직장 윤디자인(2013)에서 한글날마다 사내에서 열리던 작은 전시와 이벤트를 통해 서체와 한글이 가진 의미를 배웠다. 그리고 처음으로 ‘한글날 경축식’이라는 국가 행사를 현장에서 경험(2016)했고, 한글이 문화 콘텐츠가 된다는 걸 알았다.
퇴사 후에 한글과컴퓨터의 한글날 행사(2017)에서 시민들에게 직접 한글 글씨를 써주는 일을 맡았다. 그때 글씨가 마음을 전하는 도구라는 걸 경험했다. 부여(2021)에서 한글날에 지역 서체를 개발해 선포식(2023)을 진행했다. 한글날이 새로운 서체가 태어나는 날이 될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
사단법인 한국폰트협회와 서울디자인페스티벌(2024)에서는 ‘도시브랜드 서체 전시전’과 ‘서체 토크쇼’를 통해 서체와 지역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올해는 지식재산처가 한글날을 기념해 주최한 ‘우리말 우수상표·아름다운 한글 글자체 디자인 선정대회(2025)’가 열렸다.
사단법인 한국폰트협회가 이를 주관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심사, 전시, 시상식, 세미나까지 한글을 둘러싼 산업과 문화의 접점을 가까이에서 경험했다. 내일은 부여군과 영월군에서 만든 서체가 K-Design Award를 수상하며 또 한 번의 의미 있는 시상식을 경험하게 된다.
다음 달엔 영월에서 열리는 문화도시페스타에서 영월체의 이야기를 전하게 되고, 부산에서는 시민이 참여하는 서체 공모전이 열린다. 대학 졸업하며 한글 관련 일을 하고 싶었는데, 해마다 여러 방식으로 한글날을 기념했다. 여전히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