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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기자인생 Jan 05. 2022

Daily Cultural Charging

뒤라스의 말 -좋은 작가가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지만…

마르그리트 뒤라스, 프랑수와즈 사강 그리고 아니 에르노. 이름만 들어도 두근두근하는, 나의 애정 하는 작가들. ‘모데라토 칸타빌레’와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을 너무 좋아해서 <뒤라스의 말> 기대했는데, 조금 실망스러웠다. 무조건 적으로 애정 하는 아니 에르노의 작품과는 다르게,  뒤라스의 작품은 호-불호를 오가면서도 그녀와 관련된 것이라면 꼬리를 살랑 흔들며 달려간다.


연인과 히로시마 내 사랑은 너무 극단적으로 별로였던 기억이 강하다. 안 내키면 안 읽었어도 되는데 굳이 꾸역꾸역 소화시키려 해서 탈이 난 듯했지만, 모데라토 칸타빌레와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은 읽고 나서도 읽고 싶고 또 읽고 싶은 글들이었다. 냉탕과 온탕을 자주 오가는 뒤라스의 작품이지만, 그래도 접해보지 못한

그녀에 관한 글들은 언제나 따뜻한 호감으로 시작한다.

인터뷰를 읽고 난 직후에 첫 느낌은, 훌륭한 사람이 훌륭한 사람일 필요는 없지만, 뭔가 인터뷰 내용이 읽을수록 실망스러웠다. 사람이 하는 모든 행위들은 - 내가 예술 작품 안에서는 얼마든지 금기를 깨도 되지만, 현실에서는 반드시 지켜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그럴 수도 있다 - 가능한 한 가장 올바른 방향을 향해 이뤄지도록 노력하는 게 맞다고 생각을 해서, 뒤라스의 몇몇 내용은 심기가 살짝 불편에 접근했다가 돌아왔다.

( 작가에게 작가들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묻는 부분이 있는데, 더 이상 읽지도 않는다면서 평가절하하고, 별로라고 말하면서 본인의 책은 끝까지 읽어봐야 안다고 하는 게, 그냥 심술 난 할머니, 고약한 노인네스러웠다.)


킬링타임용 영화에 자신을 잊고 몰입하기 위한 오락인 사람들을 어린이 같은 관객이라고 절하하는 부분은 너무 오만해보였다.

물론 중간중간 미간이 접히는 부분들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모든 책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은 있다.

자동화, 원거리통신, 정보화 등이 인간의 수고를 덜어준 끝에 결국 창의력을 둔화시킬 거예요. 기억을 잃은 납작하고 밋밋한 인류가 될 위험이 있죠.

인류의 문제점에 대해선 아무리 떠들어대 봤자 소용없어요. 우리는 하루하루, 자신과의 끊임없는 투쟁을 이어가고 있으니까요.


기억을 잃어도 납작하고 밋밋한 인류가 되지 않으려, 많은 생각을 하고 글을 읽고 쓰고 사람들과 교류하며 끊임없는 투쟁을 하려고 한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대충은 해결되었다고 자기기만하는 것도 또 다른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거니까. 미완성의 해결이 완벽이 아니라고 해서 해결이 안 된 건 아닐 테니까.


아티스트들의 자의식 과잉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마르그리트 뒤라스에 관련해서는 그녀의 작품만 읽는 것으로 결정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들이 더 많으니, 오늘의 이 불편한 심기가 아직 잘 모르는 그녀의 작품 세계에 대한 생경함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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