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모든 악당은 회사에 있다
최근 모 대기업의 디자이너의 자살과 관련하여 글이 올라왔다. TV에도 나왔다던 글로벌한 인재라는 상사님의 도가 넘는 갈굼으로 인해 결국엔 자살을 선택했다는 안타까운 사실. 엇 비슷한 구역에서 같이 밭 가는 처지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먹고살자고 다니는 직장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직장 생활이 십 년이 넘어가면서도 여전히 자잘하게 실수를 흘리고 다니는 주제에 ( 내로남불의 제왕이니 난 내 실수는 작다고 말할 것이다 ) 목소리 더 높여서 싸우는 바야흐로 이 시대의 일도 못하면서 성질도 더럽고, 도대체 어따 써먹어야 좋을지 모르는 직장인이 되었다.
일을 끌고 간다 = 사람 멱살 끌고 간다
담당자들이 알아서 잘해주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내가 온유님이나 공유님과 결혼할 확률보다 낮으며, 남이 하는 일은 내가 하는 그 어떤 일 보다 쉬워 보여 후려치기를 열심히 시전 하는 인간들만 모인 곳이 회사라는 곳이라, 뒷담화라는 게 누구나 찾을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숨은 그림 찾기’처럼 매우 유비쿼터스 하다.
또 그러한 모든 곳에 열일하는 “MZ세대의 K-직장인”인 나는, 일할 에너지를 극도로 매우 아껴 한치의 손실도 없이 열심히 뒷담화에 투자를 하는데, “면전에서 못할 소리는 안 하는 게 좋다.” 라던가 “어차피 내가 한 뒷담화는 다 돌아온다” ( 연어냐 다 돌아오게 ) 등의 매우 성선설에 입각한 바른생활 교과서에도 안 나올 지루한 소리를 들을 때면, 이래서 뒷담화가 살아질 수 없구나를 들숨과 날숨에 한 번씩 느낀다. 진짜 지랄들을 하고 있다. 정면 승부만이 답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인 너 만의 것이니 너님 혼자 소유하여 주셨으면 매우 감사하겠습니다만, 그러실 리가 없으니 저는 이에 또 이어 지속적으로 뒷담화를 하겠지요? 뒷담화가 피어 담장을 넘지 않는 곳이라면 좋겠지만, 나도 내가 마음에 안 들 때가 매일 있는데, 남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게 그렇게 쉬울 리가 없다. 역지사지, 기본에 충실 이게 가장 어려운 건데, 다들 쉽게 말만 한다. 그런데 정말 뒷담화가 나쁘기만 할까?
계절이 40번 이상 바뀌는 동안 만난 사람들과 ( 나의 아름다운 뒷담화 크루들이었다가 아니었다가!!!) 열심히 누군가를 씹다 보면, 적어도 뒤에서 열렬히 남 탓을 하는 자 (남 탓만 하는 사람은 발전이 없고 민폐형 캐릭으로 하락하겠지만, 남 탓과 내 탓을 동시에 하는 자는 매우 멋지다!!!)는 먹고살고자 하는 방식을 바꾸면 바꾸지, 먹고 ‘살아내는 것’을 쉽게 포기는 안 한다. 먹고살자고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갔다가 출근하고, 전생의 원수들을 다 만나게 되어 하루 치만큼 이 자식들을 물리치다 보면, 또 하루가 살아진다. 저 자식들이 내 인생에 악역이고 신이 주신 시련이며, 내 인생이 전쟁영화임을 인정하고 싸우다가 가끔 휴전하면서, 으르렁 야옹하다 보면 꾸역꾸역 밥도 먹어지고, 해님과 달님의 교대 시간도 금방 금방 찾아온다. 그렇게 열심히 여러 사람들과 부대껴 이 동네 철수, 저 동네 영희의 뒷담화를 하다 보면 내 삶으로부터 탈출할 게 아니라 회사로부터 탈출하는 게 맞다는 절대 불멸의 진리에 도달하는 경지에 이르지, 나로 부터 떠나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게 된다. 내 인생의 악역이 별건가, 나를 힘들게 하면 다 나쁜 놈이지.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되기도 하고, 그렇게 적이 되면 계속 적이 되겠지만, 그러다 보면 가끔 친구도 생기고, 흔치 않은 친구라 더 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친구와 욕하는 재미 우정을 더 깊게 만들어주어, 추노의 삶이 불꽃같은 재미를 주기도 한다. 단 잘못하면 정말 타서 사라질 수 있다는 게, 취급 시 유의사항이기는 하다. 그래도 그렇게 공동체 의식을 고취시키면서 밥벌이 하다 보면, 공공의 적을 중심으로 하나 뭉치게 되는 광경을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얼마나 아름다운 가 그 유대감!!!
동그라미인 사람에게 네모가 되고 세모가 되어야 맞다고, 사회생활 잘하라라고 어설픈 충고 따위는 안 했으면 좋겠다. 상황이 신발스럽고 엿 같은데, 말이 씨가 된다면 입 밖으로 내지 말고, 가슴에 응어리로 묻어두라고 하는 건 너무 폭력적이니까. 발 없는 말 천리 가도 괜찮다. 그렇게 멀어지면 다시는 못 만나게 될 테니까 어차피, 스트레스를 그렇게라도 흘려보내야, 마음에 병이 들어올 자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누가 뒷담화와 화병과의 상관관계 혹은 뒷담화를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얼마나 건강하게 잘 사는지 과학적으로 증명 좀 해줬으면 좋겠다. 회사에 있는 악당들이 내 삶을 내가 놓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