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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이가 공부를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

Chapter 1. 공부 역전을 위한 준비 과정

“선생님, 전화를 드릴까 말까 계속 고민하다가 이렇게 연락드립니다. 하아…… 우리 애가 중1 때는 공부를 곧잘 했는데 요즘은 성적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요. 이렇게 해서 SKY는 갈 수 있을지 너무 걱정이 됩니다. 아이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은 하는데, 이번 시험 성적을 보면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와요. 차마 말씀드리기도 힘든 점수를 받아 왔어요. 잘못 본 건 아닌지 여러 번 확인했어요. 어떻게 단시간에 그렇게 점수가 떨어질 수 있죠? 학원에서 수업은 잘 따라가고 있나요? 너무 답답해요, 선생님. 누가 좀 확실하게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얘가 정말로 가능성이 있나요?”


  수화기 넘어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절규에 가까웠다. 나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통해 아이가 왜 성적이 떨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매일같이 그렇게 닦달해 대는데 성적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그게 더이상할 것이다.


  물론 궁금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은 이해가 된다. 한창 공부해야 할 시기에 성적이 떨어지고 있으니 얼마나 걱정이 크겠는가? 더군다나 국내 최고의 대학교에 아이를 보내겠다는 기대를 하고 있는 걸로 보아 실망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이제 중학교 2학년이다. 초등학교 시기를 제외하면 겨우 1년 정도 공부한 것이다. 그런 아이에게 너무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때로는 공부에 대한 압박이 필요한 아이도 있다. 하지만 적당한 긴장감은 집중에 도움이 되지만 너무 큰 스트레스를 주면 역효과가 난다는 것을 기억하자. 결국 어머니가 알고 싶었던 것은 이것이었을 것이다.


“우리 아이가 공부는 잘하고 있나요?”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학부모라면 누구나 아이가 공부를 잘하고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런데 이를 정확히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아이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을까? 아이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내가 공부를 잘하고 있나? 학교 끝나고 학원에 가서 열 시까지 있으니까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근데 그렇게 죽어라 열심히 하는 것 같지는 않고…….’

  명확히 공부를 잘하고 있다, 아니다,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문제다. 우리 어른들도 이렇게 질문 받았다고 생각해 보자.


“당신은 잘 살고 있나요?”


  여기서 자신 있게 “네, 저는 정말 잘 살고 있습니다.” 또는 “아니요, 저는 정말 못 살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대부분 그 중간쯤 어딘가에 위치해 있는데 이게 말로 정확히 표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이를 가르치는 학교 선생님은 잘 알고 있지 않을까? 그러나 학교 선생님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내 아이의 성적을 주는 권한이 있는 사람에게 그런 전화를 걸 수 있는 학부모는 대한민국에 없다. 남은 사람은 현실적으로 학원, 과외 선생님 등이다. 그런데 이들도 마찬가지로 아이가 공부를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들다. 우리는 본인이 잘 살고 있는지도 정확히 모르지 않는가?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네, 어머니. 아이가 노력은 하고 있어요.”

  노력은 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얘가 정말로 요즘에는 노력을 하고 있나? 이게 집에서는 탱자탱자 놀지만 그래도 학원에서는 열심히 하는 걸까? 아니면 그저 빈말로 하는 건가?’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 궁금증이 사라진 게 아니라 질문이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래서 앞서 전화를 건 어머니 사례처럼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에 고통받게 되는 것이다.


자녀의 책상을 확인해 보자

  아이가 공부를 잘하고 있는지 본인에게서도 다른 사람을 통해서도 알기 힘들다. 그런데 이는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아이가 학교에 가 있을 때 아이의 방으로 들어가자. 그리고 책상을 보면서 한번 생각해 보자. 이게 과연 공부를 잘하고 있는 아이의 책상인지 아닌지.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상식적인 잣대로 들여다보면 된다.



  아이들의 책상은 어머니가 그렇게 알고 싶었던 것을 소리 없이 말하고 있었다. 보고 느낀 그 느낌이 맞다. 물론 성격이 깔끔한 아이는 공부를 안 해도 책상을 깨끗하게 정리해 놓고, 공부를 열심히 하지만치우는 데 서투른 아이도 있다. 아이의 그런 특성도 감안해서 판단하면 된다.


  만약 아이는 공부를 잘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책상은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면 어느 쪽을 더 신뢰해야 할까?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만 책상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혹시 아이의 책상을 보고 호흡이 거칠어지고 심장이 쿵쾅거린다면 냉정을 되찾아야 된다. 더욱이 이런 생각이 들면 위험하다.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해달라는 것은 다 해주는데, 책상이 이게 뭐야? 내 이놈의 자식 들어오기만 해 봐라. 오늘은 그냥 안 넘어갈 테니!”


  이렇게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아이의 책상을 정리시키고 나면 문제가 해결될까? 내일부터 아이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정리도 잘할까? 아니다. 일주일만 지나면 다시 원위치로 돌아올 것이다. 아이의 부족한 점을 한 번 지적하고 혼내는 것은 잔소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어떤 어머니는 아이의 책상과 방을 직접 정리 정돈해 주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아이를 더 의존적으로 만드니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결국 어른의 역할은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게 이끌어 주는 것이다. 한 번 말하고 끝나면 ‘잔소리’가 되지만 오랫동안, 꾸준히, 일관되게 말하면 ‘규칙’이 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습관을 바꾸는 데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어른이 규칙을 만들고 아이는 따라야한다’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아이는 반발한다. 이는 아이뿐만 아니라 사람은 원래 남이 시키는 일에는 열정이 생기지 않는 법이다.


  회사에서 상사가 업무 지시를 할 때 받았던 느낌을 떠올려 보자. 그 일을 왜 하는지, 얼마나 중요한지, 하고 나면 어떤 결과가 기다리는지 모르고 한다면 마지못해서 하게 된다. 반면 회의 시간에 본인이 제출한 기획서가 발탁되어 그 일을 하게 되면 엄청난 자발적 동기가 생긴다. 그러므로 일방적으로 강요하기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선택해서 할 수 있도록 어른은 조력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문제의식의 공유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부터 아이와 함께해야 한다.


  그런데 스스로 정리 정돈하기로 결심했어도 아이는 계속 옛날 습관으로 돌아가려고 할 것이다. 이때 아이가 다소 부족하고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도 잔소리, 훈계, 짜증을 내는 것은 아이의 습관 형성에 도움이 안 된다.


  그러면 아이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일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올라오는 화를 가라앉히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추천하는 방법은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것이다. 빈 종이에 정리하기로 한 날짜를 써 놓고 실제로 이행을 하면 O 표시를, 하지 않은 날에는 X 표시를 하는 것이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생각보다 효과가 좋다. 많은 교육 현장에서 검증된 방법이고 그렇게 어렵지도 않으니 큰 기대 없이 해보면 좋다. 본인의 성실도가 실제 눈으로 확인되니 아이도 적극성이 생긴다. 이 체크리스트는 후에 계획을 세우고 공부를 하는 데 긍정적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채크리스트 예시

  더 큰 효과를 보려면 아이가 정리하기로 한 시간에 부모님도 정리를 하면 좋다. 서랍 정리든 옷장 정리든 세탁물 정리든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원래 사람은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따라 하는 경향이 있다. 더군다나 본인이 정리하기로 한 시간에 부모님이 정리하고 있는 걸 보게 되면 아이는 무언의 압박이 든다. 아이가 정리하기로 한 시간에 부모님이 모범을 보이는 집 또는 잔소리를 하는 집, 어떤 집의 아이가 먼저 정리하는 습관을 갖게 될까?


  이와 관련 있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미국 대학 농구팀 감독이었던 프레스 마라비치는 아들을 농구 선수로 키우고자 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농구공을 사주었는데 아이가 관심이 없어 보였다. 여기서 아버지가 취한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아들이 볼 때마다 마당에서 농구를 했다. 아들은 곧 아버지와 함께 농구를 하게 되었고, 마침내 NBA에서 활약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자녀의 가방 속을 확인해 보자

  책상만 봐서는 공부를 잘하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또 집에서 공부를 하지 않는 아이라면 책상이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없다. 이럴 때는 아이의 가방 속을 한번 확인해 보자. 책을 다루는 아이의 태도와 책 속의 내용을 다루는 아이의 학습 태도는 꽤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아이가 공부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없으니 책을 다루는 모습을 통해서 이를 유추해 보자는 것이다.


  중2 현수를 처음 봤을 때 여느 학생과 마찬가지로 공부에는 별 관심이 없고 학습 능력도 평범해 보였다. 그런데 두 달 정도 가르쳐 보니, 공부에 별 관심이 없는 것은 맞지만 학습 능력은 또래보다 좋았다. 그래서 점점 더 학습량을 늘려 보았다. 교사가 가르치는 학생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알아야 할 것은 그 아이가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학습량이다. 많은 연구 결과 학습량이 학습자의 용량을 넘지 않을 때, 학습자는 오히려 더 많은 것을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현수는 상위권 아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것으로 보였다.


“현수야, 지금은 네가 그동안 공부를 안 해서 성적이 저조하지만, 넌 열심히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다.”

“네, 알아요. 저 원래 공부 잘했어요.”

이렇게 받아치는 게 아닌가? 스스로도 본인의 능력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드디어 시험을 봤다. 시험 난이도는 평이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80~90점대의 영어 성적을 받았다. 그런데 현수는 영어점수가 66점이 찍힌 성적표를 들고 왔다.

“너 뭐냐?”

“뭐가요?”

“점수가 이게 뭐야?”

“제 점수가 어때서요? 원래 이 정도 나와요. 그나마 좀 오른 건데.”

“그게 아니라, 시험 전날 테스트 봤을 때는 몇 개 안 틀렸잖아?”

“아, 어쩔 수 없어요. 수행하고 태도에서 다 깎였어요.”


  얘기를 들어보니 몇몇 선생님들에게 찍혀서 본인에게만 수행 점수와 태도 점수를 박하게 준단다. 현수 외에도 이렇게 주장하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사안에 대해서 판단할 때는 한쪽의 얘기만 듣고 결정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상대편 얘기도 들어봐야 한다. 보통 양쪽이 상반되는 주장을 할 때 양쪽 얘기를 조합해 보면 진실에 다가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선생님에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리고 평소 현수의 건들거리는 태도로 보아 어른들에게 미움을 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정작 현수는 성적에 별로 개의치 않는 듯 싱글벙글이었다.


  어쨌든 수업을 시작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교재를 꺼내라고 말했다. 그런데 현수는 가방 속만 계속 뒤적이고 있었다.

“어…… 이상하다? 분명히 가방 속에 넣어둔 기억이 나는데.”


  현수의 가방 속을 힐끗 보았다. 그 안에는 책과 프린트가 뒤엉켜 있었다. 마침 시험도 끝났고 급할 게 없어서 현수에게 가방을 정리하라고 시켰다. 가방 속에 있는 내용물을 다 꺼냈을 때 현수가 좋은 역량을 가지고도 왜 그렇게 저조한 점수를 받았는지 알 수 있었다.


  현수의 가방 속은 아수라장이었다. 책가방에는 책이 없었다. 대신 쓰레기들로 가득 차 있었다. 게다가 선생님들이 나눠 준 프린트가 한 장도 멀쩡하지 않았다. 구겨지고 찢어져서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프린트는 선생님들이 교과 내용을 요약 정리해서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소중한 교육 자료를 함부로 다루니 공부를 잘할 수가 없는 것이다. 보통 한 시험에서 수행 점수가 20~40점까지 차지하는데 수행과 관련된 프린트도 다 찢겨 있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은 선생님이 나눠 준 프린트를 절대 잊어버리는 법이 없다. 그러니 가방 속만 봐도 아이의 학업 수준을 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라이터가 있는 걸로 미루어 짐작컨대 담배를 피우는 것이 의심되었다. 슬쩍 추궁해 보니 라이터는 친구의 것이고 본인은 죽어도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펄쩍 뛴다. 이렇게 격한 반응은 대체로 나쁜 짓을 하다가 들켰을 때 나온다. 심지어 저 음료수 병은 한 달 전에 친구에게 얻어먹은 것이란다.


  어쨌든 현수는 매일 이렇게 다 쓴 책과 노트, 구겨진 프린트 그리고 쓰레기를 가방 속에 넣어서 들고 다녔던 것이다. 그런데 더 비극적인 사실은 현수는 가방 속에 어떤 책과 프린트가 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일일이 친구의 도움을 받아가며 그게 어떤 것인지 파악했다.

“야, 이거 뭐냐?”

“그거 지난주에 학교에서 국어 쌤이 준 거잖아.”

“아, 그래? 그럼 버려도 되겠군. 이건 뭐지?”

“그게 머였더라? 아, 지난달에 수련회 가기 전에 담임 쌤이 준 거잖아.”

“그래? 그럼 이것도 필요 없는 거고. 이건 머였더라?”

“그건 1학기 중간고사 때 한문 쌤이 준 거잖아! 그게 아직도 있냐?”

“아, 그런가? 맞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저 정리를 잘 못하는 보통의 중학생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다. 가방은 그 주인의 머릿속을 나타낸다고 보면 된다. 현수의 머릿속은 자기 가방 속처럼 공부한 내용 조금과 여기저기서 보고 들은 지식들이 두서없이 엉켜 있고, 나머지는 잡생각들로 가득 차 있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런 현수에게 가장 시급한 것이 학교 수업일까, 학원 수업일까? 아니면 정리 정돈하는 습관일까?


  공부는 머릿속에 지식을 정리해 나가는 과정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머릿속에 지식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학생들은 십중팔구 가방 속에 그날 공부할 책이 순서대로 들어가 있다. 반면에 가방이 어지러운 학생은 머릿속도 혼란스럽다고 보면 대체로 맞다. 그런 상태로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공부해 봤자 성적은 늘 제자리걸음이다.

  

  그렇다고 섣불리 아이를 다그치지 말자. 혼내서 문제가 해결된다면 전국에 이러한 문제로 인한 갈등은 사라졌을 것이다. 책상과 마찬가지로 가방도 정리하는 습관을 잡아줘야 한다. ‘가방을 정리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귀찮기만 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방을 꾸준히 정리시키면 학습 태도와 성적이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가방을 정리하면서 중요한 프린트를 다시 한 번 보게 되고, 어떤 숙제를 언제까지 제출해야 하는지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아이가 가방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도 모르는 아이들보다 공부를 더 잘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지인이 운영하는 한 학원에는 특별한 규칙이 있다. 모든 학생이 학원에 오자마자 무조건 가방과 개인 사물함을 정리해야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는데 할수록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달라진단다. 원장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특히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일수록 그 효과는 더 큽니다. 성적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태도도 긍정적으로 변해요. 더 약속을 잘 지키고, 지각, 조퇴, 결석이 줄어들고, 수업 태도도 좋아지고, 자습 시간에 학습 효율도 올라갑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내일 쪽지시험이 있는 것을 알고 있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의 마음가짐이 같을 수가 없는 것이다. 정리하는 습관은 생각보다 아이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이의 책상과 가방을 정리하는 습관에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지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 많은 아이들을 지켜본 결과 공부는 단지 공부 자체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 사람은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는데 단지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한다고 해서 성적이 달라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보다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그중의 하나가 정리 정돈하는 습관이다.


  공부도 결국 지식을 머릿속에 정리해서 넣는 것이다. 이렇게 한 번 바뀐 습관은 아이의 평생 자산이 된다. 재산을 물려주어도 탕진하면 끝이다. 그러나 습관을 물려주면 아이가 평생 부모에게 감사하게 된다. 이런 습관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서도 빛을 발한다. 요컨대 어린 시절에 습관이 달라지면 공부뿐만 아니라 이후의 삶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는 것이다.


<정리하면>

  아이가 공부를 잘하고 있는지 많은 학부모들이 궁금해한다. 그런데 이를 확인하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에게 물어봐도 선생님에게 물어봐도 속 시원한 대답을 듣기 어렵다. 이럴 때 아이의 책상과 가방 속을 한번 확인해 보자. 의외로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책상과 가방은 그 주인의 학업 상태를 가감 없이 일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흥분해서 잔소리를 퍼붓는 것은 금물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상태를 정확히 인지하고 발전을 모색하는 것이지 아이를 혼내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아이를 혼낸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아이는 엄마가 갑자기 왜 화를 내는지도 모른 채 놀란 토끼 눈을 하고 핑계대기 바쁠 것이다. 그리고 며칠만 지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러니 보다 더 근본적으로 아이의 습관을 고쳐주어야 한다. 아이의 습관은 절대 말 한마디로 쉽게 바뀌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꾸준히, 일관되게 말해야 잔소리가 아닌 규칙이 된다.


  아이의 습관 형성에 도움이 되는 한 가지 방법을 추천하면 ‘체크리스트’를 활용하는 것이다. 체크리스트는 간단하지만 잘 활용하면 생각보다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체크리스트는 후에 아이의 학업 계획에도 적용될 수 있다.




글 : 홍석철

프로복서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독특한 이력의 영어 강사. 말을 안 듣는 아이들을 체육관으로 불러 스파링을 한 후 공부를 시킨 것은 업계 전설로 남아 있다. 


입시·교육에 관한 정보의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펜타킬’, ‘하니샘’과 함께 ‘홍프로’란 닉네임으로 2014년

부터 팟캐스트 〈입시왕〉을 진행하고 있다. 족발을 먹으면서 충동적으로 의기투합하여 시작했지만 현재 100만 명에 육박하는 청취자가 입시왕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입시왕〉은 2016년 대한민국 최고의 팟캐스트 Top 50에 선정되었다. 


『입시왕, 공부를 부탁해』는 2016년 제2회 ‘카카오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을 받은 <교육컨설팅>을 바탕으로 새로운 글을 추가하여 2017년 3월 단행본으로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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