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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 EVOL Sep 02. 2016

사랑. 42. 불편하게 사랑하자.

 전화를 끊으며 하는 자기전 인사를 왜 해주지 않느냐는 나의 물음에 너는 답했지. 매번 정해진 듯이 하는 인사가 마치 꼭 해야만 하는 의식처럼 느껴져서 싫다고. 그 말에 나는 머리가 띵 했다. 자기전의 그 인사를 왜 나는 당연하게 받아 들이고 있었을까.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했을때의 떨림과 "사랑해"라는 세글자에 꾹꾹 눌러 담은 내 감정을 어느새 가볍게 쓰고 있었던건 아닌가 돌아보게 되더라. 혹시 나는 같이 해온 시간 속에서 편안함과 당연함을 가벼움으로 치환한건 아니었을까. 나에 대한 사랑과 배려를 어느새 당연하다고 여긴 것은 아니었을까. 편안함과 무뎌짐을 착각 한건 아니었을까. 무엇보다 미안했던 것은 혹시 나의 그런 무의식이 너에게 전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었다. 


 나에게 주는 너의 마음이 당연한것이 아닌데. 나는 왜 그 마음을 소흘하게 받았을까. 편함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닌데. 조금 더 좋은 것을 주고 싶고, 단 한마디 말을 할 때도 조심했으며, 문자 하나를 보낼 때도 신중했던 예전의 나로 완벽하게 돌아 갈 순 없겠지만. 지금보다는 불편하게 그렇게 사랑해야겠다. 편함과 무뎌짐은 분명 다른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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